아프면 찾는 곳 병원 진료실. 그곳에서 환자와 그 가족들을 만나는 가정의학과 의사 김정환이 산문집 ‘사람아, 아프지 마라’를 발간했다.
지인들에게 ‘말이 너무 많다’거나 ‘오지랖이 넓다’고 퉁바리를 맞으면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책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
아픈 이에게 퉁명스럽지만 속 깊은 사랑을 전하는 아버지, 말을 할 수 없는 환자와 단둘이 5년 동안 살아온 고혈압 환자의 수다, 일하는 게 부러운 휠체어에 탄 노인과 “아플 수 있을 때 아픈 것도 복”이라는 또래 공사장 인부의 대화 등은 웃프다(웃다+슬프다).
어린 딸이 아파 불안한 마음에 자신의 엄마를 향해 내뱉는 독설, 결혼 후 데면데면하던 며느리에게 받은 양파즙을 어떻게든 의사 허락 하에 먹고 싶은 시어머니의 안간힘 등은 안쓰럽다.
이처럼 책 속 사람들은 아픔과 슬픔에 울지만 또 웃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위안 받는다. 그 문체가 에세이답게 소소하고 담백해 더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몸이든 마음이든 누구나 아프다. 굳이 병원을 가지 않아도 아픈 상황은 어디나 도사리고 있다. 아플 일이 많은 시대, 일상적 언어로 전달되는 의사의 다정한 다독임이 눈물겹다. 1만 3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