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제친 中·日 경협 뭘 의미하나

사설
입력일 2016-01-27 14:54 수정일 2016-01-27 14:59 발행일 2016-01-28 23면
인쇄아이콘
국가 간 생존 경쟁에서 영원한 우방과 적을 가르고 고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더 없다. 그제 일본 언론은 중국과 일본의 경제협의체 구성 소식을 전했다. 두 나라가 고위 채널을 망라한 경제·금융의 협의기구를 올해 가동시키기로 하고 3월 각료급 회의를 열기로 한 명분은 우선 중국의 구조개혁과 세계경제 환경변화에 대비한 공동 대처다.

일본 언론은 두 나라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기적 대화 체제를 갖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적지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 질서의 핵심 축인 양국이 경쟁 또는 분업관계를 떠나 긴밀하게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이야말로 역내시장 안정과 상호이익에 큰 플러스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 나라가 거둘 수 있는 최대 이익은 무엇보다 통화 스와프다.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으면 중국은 요즘처럼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 기댈 수 있는 안전판이 하나 더 생긴다. 일본 역시 중국발 경제위기의 쓰나미에서 자국 경제를 보호하는 한편 G7의장국으로서 세계경제의 방파제 역할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삐걱대는 한·일 관계와, 중·일의 경제 밀월 사이에서 한국이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은 2012년 7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맺는 수준까지 올라갔으나 2015년 초 소멸됐다. 국제 금융시장이 난기류에 휩싸인 최근 한국에서는 협정 재체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본 정부의 시큰둥한 반응도 적지 않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열도 분쟁과 과거사 문제로 걸핏하면 일촉즉발의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경제협의체 카드로 군사·외교와 경제는 별개라는 것을 똑똑히 확인시켜 주었다. 한국이 정신차려야할 대목은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