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자금 ‘엑소더스’, 안전대책 충분한가

사설
입력일 2016-01-24 15:26 수정일 2016-01-24 15:46 발행일 2016-01-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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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이탈 속도가 무섭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12월 2일부터 지난 주말 22일까지 거래일 기준 35일 동안 연속 순매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7월의 33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 이래 사상 최장기간 ‘셀 코리아’ 기록이다.

외국인들은 이 기간중 6조2000여억원의 자금을 빼내갔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도 31.02%로 6년 5개월만에 최저치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시작된 매도 러시는 중국 경기 불안과 국제유가 급락이 겹쳐 강도가 더 거세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고, 달러 강세로 환차손을 우려한 자금이탈도 뚜렷하다.

외국인 매도 규모가 다른 신흥국보다 작고, 중장기 투자 성격의 미국계 자본유출 움직임이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우리의 단기외채 비중이 낮고 외환보유고도 3600여억달러로 넉넉하다. 과거 외환위기의 악몽으로 인한 불안이 크지만 지레 겁먹을 상황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외국인 자금 엑소더스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유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상승 추세는 단기간 내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동 산유국의 자금 회수가 계속되고, 신흥국의 외환위기 전염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크다. 금융시장에 더 큰 충격이 닥치면서 자본이탈이 가속화되면 자칫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외환과 재정 등 거시건전성 유지와, 외국인 자금이탈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함께 컨틴전시 플랜으로 위기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시장참여자들의 신뢰가 중요하다. 과도한 쏠림 현상을 보이면서 급등락이 되풀이되는 자본시장의 안정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