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천덕꾸러기'를 '백조'로… 마지막 승부처는

유승열 기자
입력일 2015-12-14 17:11 수정일 2015-12-14 17:40 발행일 2015-12-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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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빠른 행보로 금융시장 선도"
"강한 은행 현실화…민영화는 아직"
취임 1년을 맞이하는 이광구(사진) 우리은행장의 행보에 금융권 시선이 쏠리고 있다.

번번히 민영화에 실패하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우리은행이 이 행장의 진두지휘 아래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기 때문.

이 행장은

이광구 우리은행장

지난해 12월말 취임 당시 “임기 동안 우리은행을 강한 은행으로 만들어 반드시 민영화를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3대 경영목표로 △민영화 달성 △강한은행 만들기 △금융산업의 혁신선도를 제시했다. 여기에 성공하려면 반 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는 ‘영선반보(領先半步)’를 전략의 원칙으로 천명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지금, 그의 1단계 목표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은 빠른 실행력과 혁신성에서 단연 돋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의 성공은 지금까지 이 행장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인터넷·모바일 중심으로 판매채널의 중심이 옮겨가는 가운데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중금리대출과 간편송금서비스를 제공, 서민 중심의 금융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위비뱅크는 이 행장이 직접 여러 사안을 챙기며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라며 “그 결과 위비뱅크의 성공과 인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계좌이동제 대비 금융상품을 선보였다. 주거래고객에 대한 혜택에 초점을 맞췄는데, 계좌이동제 시행 후 한 달이 된 11월말 우리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40조7575억원으로 전월대비 3149억원 증가했다. 반면 다른 은행들은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우리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840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43%나 증가했다. 3분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전년말 97.2%에서 114.3%로 크게 개선됐다.

이 행장은 지난 4일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정기 인사이동 전에 본부부서장을 미리 내정해 인사발령을 내는 ‘본부부서장 사전 인사 발령제’를 도입했다. 내정된 임원들과 부서장들이 사전에 업무를 충분히 파악해 정기인사 발표 후 바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이 행장의 핵심 승부처는 역시 민영화 성공 여부다. 현재 우리은행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 국부펀드다. 이중 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는 우리은행에 투자의향서(LOI)를 보냈고, 금융당국도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지분 매각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부펀드들은 초저유가 지속 등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매각 추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을 성공시키려면 무엇보다 회사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라며 “대외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매각에 성공한다면 이 행장 최대의 업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