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잔칫날 중 하나인 ‘무역의 날’ 기념식이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지만 참석자들은 ‘우울한 생일상’을 앞에 두고 마냥 흥에 겨워하지 못했다.
신흥국의 경기 둔화와 일본의 엔저 등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세계 6위 수출국으로 올라섰건만, 최근 무역 관련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면서 행사장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 앉았다.
특히 4년 연속 이어오던 교역 1조 달러 기록도 올해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이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디딤돌이라면 무역은 우리경제의 보루라는 점에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올 11월까지 누적 교역 규모는 8860억 달러. 4년 연속 이어오던 1조원 돌파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작년 11월 이미 교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 무역이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 무역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단적인 예는, 1억 달러 수출 기업이 전년대비 38%나 줄었다는 사실이다. 올해 1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은 59개로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로 되돌아갔다.
문제는 내년에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무역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던 국제유가가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동결 탓에 당분간 저유가 기조는 당분간 장기화가 예상된다.
실제로 유가 하락으로 올 1∼10월까지 원유 관련 제품 무역 감소액은 863억 달러로 전체 무역 감소액의 79%를 차지한다.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자본재 수입이 줄면서 다시 수출에 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김정관 한국 무역협회 부회장은 “내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실적은)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G2 리스크가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출 기업에 힘 실어줘야 =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수출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한 임원은 “우리나라 경제가 사실상 수출로 지탱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나서 수출을 장려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수출 창구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016년 수출의 주요 이슈 점검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무엇보다도 부정적인 대외여건에 매몰되지 말고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하고 수출 경기를 제 궤도에 올려 놓으려는 확고한 의지와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관세절감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은 우리에게 긍정적이다. 중국의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사용되는 것도 한국무역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무역의 날 행사에 참석해 “창조와 혁신으로 우리 무역 앞에 놓인 도전과제를 넘어야 한다”며 “새로운 수출시장 및 품목 발굴 확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역량 강화, 제조업 혁신 3.0 등 주력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제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