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안 줄이면 국가채무 급증…2060년 GDP 대비 60% 넘어

유승열 기자
입력일 2015-12-04 10:56 수정일 2015-12-04 14:26 발행일 2015-12-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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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장기재정전망 첫 발표
-경제성장과 재정수입은 줄고 복지 등 지출은 늘어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험기금 줄줄이 고갈 위기
-"저부담-고급여 체계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바꿔야
오는 206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경제성장과 재정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복지 등 의무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4일 서울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아 40여년 후인 2060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했다.

정부가 수십년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중기 전망만 담아왔다.

지출 규모에 따른 시나리오별 분석을 실시한 결과 국가채무 비율은 오는 2060년에 38.1%에서 62.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두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예상 국가채무 비율을 산출했다. 첫번째의 경우는 정부의 재량지출(정책적 의지에 따라 대상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이 매년 경상성장률만큼 증가할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2016년 예상치(42.3%)보다 20.1%포인트 높은 62.4%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연평균 성장률과 재정수입 증가율은 매년 떨어지는 데 비해 복지 등 의무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매년 늘어나는 재량지출액 가운데 10%를 삭감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은 38.1%를 기록, 2016년보다 4.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내년 국가채무비율 예상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40.1%로, OECD 평균인 115.4%에 비교하면 재정건전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정부는 그러나 미래의 위험을 사전 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번에 장기재정전망을 마련했다.

이번 전망은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인구, GDP 등 거시경제 변수의 미래 변화까지 반영해 내놓은 것이다. 2011년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추계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를 분석 기초로 삼았다.

통계청은 생산가능 총인구가 2016년과 2030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급속한 고령화로 2060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KDI는 2020년까지 3.6%를 기록할 성장률이 계속 하락해 2050∼2060년에는 연평균 1.1%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가 총수입은 2016년 GDP 대비 25.6%에서 2040년대 초까지 28% 수준으로 소폭 상승하지만, 이후 사회보험 수입이 감소하면서 2060년에는 25.7%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총지출은 2016년 25.3%에서 상승을 거듭해 2060년에는 32.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은 2044년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에는 기금이 고갈된다.

사학연금은 2027년 적자 후 2042년 고갈이 예상됐다. 건강보험(2025년)과 노인장기요양보험(2028년)도 조만간 기금이 고갈된다.

재정이 건전한 고용보험, 보험요율 소폭 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산재보험을 제외한 주요 사회보험이 모두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기재부는 사회보험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과 중장기경제발전전략, 미래대비 장기재정전략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 부문에서는 중복사업을 정비하는 등 낭비요인을 없애 지속적인 세출구조 조정을 실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페이고(pay-go·지출을 계획할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하는 것)’ 재정준칙을 도입할 방침이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