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힐링 부재의 시대 '노래가 위로다'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5-11-06 07:00 수정일 2015-11-06 07:00 발행일 2015-11-06 14면
인쇄아이콘
노래가 위로다 - 전면
‘노래가 위로다’ 표지 (사진제공=시사인북)

대중문화 콘텐츠 홍수시대다. 채널이 대폭 늘어난 TV에서는 재미있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연일 이어지고 스마트폰을 통해 웹툰, 웹드라마 같은 스낵컬처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동네마다 극장이 생겨 어렵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고 아웃도어 열풍에 힘입어 등산, 캠핑 등 다양한 스포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대중문화도 한곡의 노래가 주는 위로의 경험치를 뛰어넘기 힘들다.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했고 항공사 경영진이 매뉴얼대로 승객 서비스를 안했다며 ‘갑질’을 하는 삭막한 세상, TV예능 프로그램 이름이 ‘힐링캠프’지만 ‘힐링’받기 어려워진 세상에서 노래는 심상찮게 가슴을 저미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스토리를 알아야 하는 책이나 하루종일 봐야 하는 드라마, 영화와 달리 노래는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마음에 위로를 안긴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저자 김철웅씨는 신간 ‘노래는 위로다’에서 “양극화로 출구가 없는 위로 부재의 시대, 한줄기 위로가 되는 것은 노래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30년간 기자 생활을 했던 저자의 해박한 문화적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졌다. 저자는 본문에서 음악을 들으면 도파민 분비가 늘어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저하된다는 과학적인 설명을 곁들인다. 회상과 추억에 빠지게 하는 노래의 강력한 힘은 감정이 시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보다 청각에 들어오는 정보에 더 빠르게 움직인다는 음악심리학적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대중가요 가사의 80%를 차지하는 사랑 노래의 가사를 분석하고 슬픈 노래를 통해 위로받는 심리를 다양한 예시를 통해 알려준다.

이 책은 50년대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다양한 노래를 테마별로 정리한다. 노래와 가사에 얽힌 뒷이야기나 에피소드보다는 가사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한다. 사랑과 이별, 우정과 친구, 낭만과 방랑 등 각 노랫말에 담긴 의미를 되짚거나 한국인의 한이 서린 트로트의 미학을 뜯어보고 나이가 들면 트로트에 빠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노래에서 주제와 메시지를 좌우하는 가사의 힘이 막중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노래 가사의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다 더 다양한 가사가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낭만적인 사랑 노래도 좋지만 양극화 심화, 비정규직 양산, 기형적 갑을 관계 등의 삶의 진실을 일깨우는 노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3

최근 일고 있는 가요계 복고 붐 역시 위로의 일환이다. 처음 듣는 생소한 노래에서 위로를 얻기란 쉽지 않지만 어릴 때 들은 노래는 위로를 안긴다. 저자는 왜 복고바람이 부는지 역사적 맥락을 면밀히 살펴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하자고 제시한다. 그러나 어떤 노래가 위로인지 정답은 없다. 수많은 노래가 있고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래가 위로만으로 끝날 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대중의 정서를 달래주는 것만으로도 노래가 충분히 제 소임을 다했다고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71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을 비평적으로 음미하기를 바란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수많은 비정규직들과 갑을관계 속 ‘을들’, 노년 빈곤에 힘겨워하는 노인들에게도 노래가 주는 위로의 묘미를 전한다.

경향신문 인기 칼럼 ‘여적’과 ‘김철웅 칼럼’을 통해 익숙해진 저자 특유의 톡쏘는 글맛이 일품이다. 시사인북 출간. 가격 1만 5000원.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