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국정화 반대가 민생 우선할 수는 없다

사설
입력일 2015-11-03 16:04 수정일 2015-11-03 16:28 발행일 2015-11-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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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내용을 당초 예정보다 이틀 앞당긴 어제 확정고시했다. 이달 말부터 집필이 진행되며 내년 12월 감수와 적합성 검토 등을 거쳐 2017년 3월부터 국정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

야당은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제 저녁부터 국회에서의 지도부 농성에 이어 국회 일정을 모두 거부했다. 어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선출안, 계류 법안 등을 처리키로 했던 ‘원포인트 본회의’가 무산됐고, 다른 정기국회 의사일정도 중단됐다. 정부가 굳이 예정을 앞당겨 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한 날 국정화를 고시해 불에 기름을 붓는 식으로 야당 반발을 증폭시킨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야당이 국회를 올스톱시킨 것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여·야간 ‘역사전쟁’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정국의 모든 현안을 삼켜버리고 있다. 국회 공전과 함께 예산심의까지 파행이 장기화될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다급한 민생 현안들은 또다시 실종되고 있다.

사실 교과서 문제는 국정화 그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 만사를 제쳐놓고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당도 현행 검정교과서가 역사왜곡으로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좌편향과 친북(親北)의 내용으로 기술된 문제점은 알고 있을 것이다. 국정 교과서 내용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친일·독재 미화’ 프레임을 덧씌울 일이 아니고, 국정화가 최선은 아니지만 올바른 교육을 위한 차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국회가 처리해야할 민생 현안은 너무나 많다. 내년 예산안 뿐 아니라, 노동·금융 등 4대 개혁, 한·중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이 무엇보다 다급하다. 모두 청년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꺼져가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되살려 경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들이다. 교과서 정쟁에 빠져 국회 본연의 임무인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외면할만큼 한가한 상황이 결코 아니다. 야당은 즉각 국회로 돌아와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