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손저림증, 저린 모습에 따라 진환 달라

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
입력일 2015-11-03 15:10 수정일 2015-11-03 15:12 발행일 2015-11-0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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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회
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

어느 날 갑자기 손이나 저리거나 마비되는 느낌을 가지는 분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이 경우 어떤 병인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러한 증상을 혹 중풍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손 저림증의 대부분은 중풍의 전조 증상은 아니다.

환자들은 ‘팔이 시리고 저리면서 특히 몇 번째 손가락이 저리다.’, ‘갑자기 팔의 힘이 없고 감각이 이상하다.’ 등을 호소한다. 일반적으로 저린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은 뇌, 척수, 말초신경, 순환장애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원인 질환에 따라 저린 모습도 달라진다. 흔히 말하는 중풍 전조증에 해당하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나 뇌종양, 뇌경색 등은 몸의 어느 한편에서만 저린 증상이 나타나며 주로 팔다리가 동시에 저리다고 호소한다. 척수장애로 인한 경우는 좌우 같은 곳에 저리기 쉽다. 말초신경 및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팔 전체가 아닌 안쪽이나 바깥쪽, 혹은 손등, 손가락 일부 등 부분적으로 저린 증상을 보인다.

실제 임상에서는 중추신경계의 이상보다는 근골격계나 혈액순환, 말초신경의 이상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은 것은 사각근 등의 경추 주위 근육의 긴장에 의해 손으로 분지하는 혈관과 신경이 압박되는 경우이다. 이외에도 목디스크라고도 하는 경추 추간판 탈출증, 가슴에서 팔쪽으로 지나가는 혈관과 신경을 압박하여 생기는 흉곽출구 증후군, 손목관절에서 신경이 압박되어 발생하는 손목터널 증후군 등이 있다.

각기 증상과 진단명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시작은 모두 경추에서 시작된다.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으로 인하여 경추 주변 근육이 긴장되고 이에 의해서 경완신경총이 압박된다. 이후 다시 이 신경총이 지배하는 경로를 따라 팔 이하의 근육과 신경들도 긴장상태가 계속되어 목뿐만 아니라 팔 팔꿈치 손목 손가락까지 증상이 연달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경추 추간판 탈출증이나 손목터널 증후군과 같은 기질적 변화까지 유발하게 된다.

한의학에서 손 저림증은 기혈(氣血)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탓으로 생기는 비증(痺症)이라고 한다. 그 원인은 풍한습열(風寒濕熱)의 침입으로 생기는 경우, 허약 체질로 기혈(氣血)이 부족한 경우, 경락의 흐름이 막히는 어혈(瘀血)로 있는 경우 등으로 구분한다.

치료는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부족한 오장육부의 기혈을 보충하고 담음(痰飮)과 어혈을 제거하여 기혈 운행을 원활하게 해주는 약물을 투여한다. 또한 환자들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거나 소화기능이 좋지 못하거나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처방을 할 때 환자 상태에 따라 심장을 편하게 하고 위장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약물을 함께 처방한다. 이렇게 치료가 마무리 되어야 재발하지 않는다.

환자 스스로 예방적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과로를 피하고 바른 자세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휴식과 수면은 경추를 이완시켜주는 최고의 명약이기 때문이다. 또한 숙면을 방해할 수 있는 과식과 야식을 삼가야 하며, 꾸준한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