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IB 사실상 배제…'임종룡식 개혁'의 화룡점정

김민주 기자
입력일 2015-11-01 17:59 수정일 2015-11-01 18:24 발행일 2015-11-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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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산은)이 민간 영역과 겹치는 투자은행(IB) 업무를 접기로 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산은을 글로벌 IB를 육성해 국내 IB산업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했지만 용두사미로 그치게 됐다.

1일 금융위원회는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실물경제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 전면 개혁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내놓은 방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IB 업무에 대한 전략 수정이다. 표면상 ‘미래성장과 해외진출, 통일금융’에 집중하는 대신 시장마찰을 일으키는 우량등급 회사채, 상업적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전자가 아닌 후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그동안 시장에서 줄기차게 제기돼 온 비판을 전격 수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산은은 지난 10여년간 국내 IB 1세대격인 민유성 전 산업은행 총재(현 SDJ코퍼레이션 고문)의 비전 제시 이후 글로벌 IB의 첨병이 되겠다고 자처해왔다. 하지만 국책은행으로서 지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도 못하면서 민간 금융회사의 밥그릇을 빼앗고 있다는 불만이 있어왔다.

게다가 산은은 다른 국내 IB에 비해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 국책은행과 대규모 실탄 보유라는 ‘우월적 지위’를 감안할 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국책은행이란 타성에 빠져 글로벌 IB들의 강점인 창의성, 신속한 결단 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결단을 내렸다. 민간과 경쟁하지 말라고 확실하게 선을 긋는 한편 산은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견·중견예비기업을, 기은은 중견기업보다는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육성에 충실하라고 독려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향후 두 국책은행의 행보가 과거와 사뭇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산은의 글로벌 IB 목표는 민영화가 추진되지 않을 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며 “기업 구조조정 과정 중 산은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위상이 쪼그라든 것도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국책은행으로서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한 것”이라며 “다만 대기업 위주의 지원을 하던 산은이 중견기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 stella25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