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 예상 밖 '폭발적 인기'… "찻잔 속 태풍 될 수도"

유승열 기자
입력일 2015-11-01 15:10 수정일 2015-11-01 17:22 발행일 2015-11-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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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페이인포 접속건수 18만명, 변경·해지신청 8만건
은행 "시행 초기의 호성적, 점차 줄어들 것"

계좌이동제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에만 18만명이 관련 사이트에 접속했다.

은행권은 예상보다 높은 성적에 ‘머니 무브’(Money Move·자금 이동)의 현실화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반면 인기가 점차 사그라지면서 은행에 미칠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계좌이동제는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기존 계좌에 등록된 여러 자동이체 건을 신규 계좌로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금융결제원의 ‘자동이체통합관리서비스(페이인포)’ 사이트를 통해서만 계좌 변경이 이뤄진다.

1일 금융결제원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페이인포의 접속 건수는 18만3570건에 달했다. 변경 및 해지신청 건수는 각각 2만3047건, 5만6701건이었다. 이는 페이인포 서비스가 처음 시작됐던 지난 7월 1일 접속 건수의 7.5배, 해지 건수의 5.1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은행권은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좌이동제 대비 상품을 미리 내놓아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던 은행들조차 예상보다 훨씬 높은 관심에 당황한 모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존 주거래 은행에 불만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바꾸지 못한 사람들 위주로 해지 및 변경이 이뤄진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주거래은행을 변경했거나 변경하고 싶어했다’는 응답자는 51.2%에 달했다. 하지만 주거래은행을 ‘실제로 변경했다’는 답변은 17.8%, ‘변경하고 싶었으나 못했다’는 답변은 33.4%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실적이 많다 적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며 “계좌이동제로 인해 실제로 800조원대 머니 무브가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일주일 정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자동이체 건수는 26억1000만건, 금액은 799조8000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주거래은행 변경이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에도 힘을 실리고 있다. 마치 ‘신차 효과’처럼 시행 초기의 ‘깜짝 성적’이란 것이다. 접속건수 18만건 중 변경·해지 건수는 절반이 되지 않는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은행의 고객들은 프라이빗뱅킹 고객조차도 ‘주거래’ 개념이 약할 정도로 은행과의 관계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며 “때문에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금융소비자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옮기더라도 예금금리 인상 등의 혜택을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