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조선 처리, 좀비기업 구조조정 시금석

사설
입력일 2015-10-25 16:25 수정일 2015-10-25 19:06 발행일 2015-10-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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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 규모의 자금지원 계획을 보류하면서 지원 조건으로 노조의 파업 금지와 임금동결 등을 요구한데 대해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대우조선의 고임금과 과잉인력을 해소하기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경영정상화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더 이상 밑빠진 독에 물붓는 식의 자금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막대한 국민 혈세를 지원하기에 앞서 대우조선 노조에 임금동결과 파업권 포기 등을 요구한 것은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도 노조가 ‘생존권’ 운운하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기본적인 자구노력도 않겠다는 얘기다. 설마 정부가 대우조선을 퇴출시킬 수 있겠느냐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착각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상반기 3조2000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손실이 5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회사가 기껏 내놓은 자구계획은 임원 30% 감축, 부장급 이상 희망퇴직, 사옥 등 자산매각 등이다. 1만3000여명 직원 가운데 7000명이나 되는 생산직 사원 구조조정이나 임금체계 개편은 외면했다. 그러면서 노사는 지난달 임금동결에 합의하면서 노조원들에게 약 9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키로 해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모습까지 보였다.

정부는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고 빚으로 겨우 연명하는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이 금융권 전체의 부실을 키워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대우조선이야말로 대표적인 좀비기업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살리려고 하는 것은 조선산업 국제경쟁력과 고용 유지 등 국가경제 차원의 고려 때문이다. 당연히 뼈를 깎는 각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도 회사가 살아날까 말까 한데 노조가 그것마저 거부한다면 퇴출이 옳다. 정부는 대우조선 처리 방향이 앞으로 좀비기업 퇴출을 통한 산업구조 개편의 성과를 가름할 시금석(試金石)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