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통한 ‘좀비기업’ 퇴출 본격화…“잘못 쓰면 中企 피해”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10-21 17:28 수정일 2015-10-21 18:37 발행일 2015-10-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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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있지만 자금난 겪는 중소기업 피해 우려
기업회생·법정관리 악용 기업에 대한 대비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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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좀비기업’ 퇴출을 위해 은행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좀비기업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은행과 영업점에 대해 불이익을 준다는 게 골자인데, 금융권에서는 자칫 중소기업의 성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는 좀비기업을 연명시키는 채권은행 직원과 지점에 대해 성과평가(KPI)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또 한계기업 정리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은행에게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는 방식으로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아울러 은행의 기업에 대한 여신심사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 외에 업종 전망을 포함시키도록 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이달 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은행의 KPI는 향후 건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KPI는 대출의 외형증가분에 배점이 많았다. 앞으로는 여신건전성 부문의 배점을 높여 건전성과 대출의 생산성을 강화할 전망이다. 상환가능성이 큰 곳에 대출이 집중되면 이익도 커진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성장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쉽게 정리하지 못해 오히려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조선, 해운, 건설 등 전망이 좋지 않은 대기업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책금융을 지원한다”며 “이번 대책이 자칫 대기업 구조조정보다는 중소기업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이나 경쟁력은 갖추고 있지만 업황이 불투명해 불이익을 보는 기업이 발생할 수 있다.

신생 중소기업 중 일부는 기술력을 갖췄지만 담보나 업력이 짧아 대출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업들에 대해 은행은 기술력을 믿고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가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영업점 직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기술력 및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게 업황을 근거로 대출을 거절할 수 있다”며 “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IBK경영연구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실제 중소기업들은 담보부족(63.0%), 업력이 짧아서(13.5%), 업황악화(9.4%) 등의 이유로 금융기관의 대출을 거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기업회생이나 법정관리를 악용하는 것에 대한 방지책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을 받고 이자 및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무분별하게 기업회생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이자도 잘 내고 당좌수표를 받아온 기업이 법정관리를 악용하는 사례를 자주 본다”며 “기업의 부도덕한 경영행태가 은행 직원에 대한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