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5년간 급등… 한국 수출 경쟁력 비상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10-21 07:48 수정일 2015-10-21 19:00 발행일 2015-10-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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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실질실효환율 108.33…38개국 중 6번째로 높아
중국, 아이슬란드, 미국, 영국, 스위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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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제결제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급등해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 금고 입고 전 쌓여있는 1만원권 뭉치. (연합)

5년간 원화가치 급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의 월간 실질실효환율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곳과 브라질과 인도, 중국, 러시아 등 4개국 가운데 실질실효환율(REER)이 6번째로 높았다. 한국보다 높은 국가는 중국과 아이슬란드, 미국, 영국, 스위스뿐이다.

실질실효환율은 각국의 물가지수 변동과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한 자국통화의 대외가치를 측정하는 데 이용된다. 실질적으로 자국통화가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지니는지, 자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어떠한지를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기준점대비 환율이 높아지면 통화 구매력은 커졌지만, 수출경쟁력은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BIS가 매달 발표하는 실질실효환율은 2010년 100을 기준으로, 61개 국가의 통화가치를 반영해 산출한다. 

한국의 9월 실질실효환율은 108.33으로 2014년 3월(107.89)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3분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도 원화는 109.33을 나타냈다.

실질실효환율 절상폭이 가장 큰 국가는 중국으로 130.94까지 올랐다. 아이슬란드(119.29)는 물가 상승과 성장률 호조로 올해 이미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린 바 있어 크로나화가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114.05)과 영국(117.13)은 경제성장률이 양호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명목 통화가치 절상폭이 컸다. 스위스 통화인 스위스프랑(110.96)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유로와 엔화가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으로 절하되는 사이 강세를 나타냈다. 유로화와 엔화의 9월 실질실효환율은 각각 92.43, 72.59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절상폭이 큰 것은 한국이 일본과 미국, 유럽과 교역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타 국가들이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펼침에 따라 원화의 절하폭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결국 우리나라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저하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원화 실질실효환율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19일 발표한 하반기 ‘국제 경제와 환율정책에 대한 의회 보고서’에서 “한국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 상승 압력에 저항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계속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며 “한국 당국이 외환 조작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장하는 한국의 환율조작은 부당하다고 강조한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한국 원화는 15% 절상됐고 일본 엔화는 25% 절하됐는데 우리 정부가 환율 조작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권익도 기자 kid@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