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르는’ 경매물건… 입찰경쟁 과열에 “사고보니 제값”

권성중 기자
입력일 2015-10-19 16:53 수정일 2015-10-19 17:33 발행일 2015-10-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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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법정의 모습. (사진=김동현 기자)

#지난달 경매에서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9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84.9㎡를 경매로 낙찰받은 김모씨. 김씨는 지난 2014년 8월 준공된 이 아파트를 감정가의 129%인 4억5138만원에 낙찰받았다. 김씨에 이은 2위는 4억5123만원으로 불과 15만원 차이였다. 3위도 4억4625만원을 기록해 초접전은 벌였다.

응찰자들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 중 열기가 가장 강한 편인 미사강변도시의 새 아파트라는 이유로 과감히 높은 금액을 써냈다. 현재 이 단지 인근에 매물이 거의 없고 웃돈이 더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입찰 열기에 한 몫 했다. 이 물건 입찰에는 지난달 진행된 주택 중 가장 많은 74명이 참여했다.

주택 경매시장의 ‘저가 프리미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주택경매가 입찰 과열 양상을 보이며 최종 낙찰액이 ‘제 값’과 진배없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것.

19일 부동산가에 따르면 하남 미사강변도시 9단지 전용 84.9㎡는 4억40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김씨가 지난달 이 아파트를 낙찰받은 가격은 4억5138만원으로 시세보다 1138만원이 비싼 수준이다.

주택시장의 활황으로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에 뛰어드는 추세가 이 같은 입찰 경쟁 과열의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그렇지만 경매에 나오는 주택 물건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현 추세도 큰 작용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진혁 다윈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올해 들어 주택거래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구매심리가 높아지면서 경매로 나오기도 전에 매물이 소진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경매 진행건수는 1만371건으로 전월 대비 1198건이 줄었다. 이는 진행건수가 가장 많았던 2004년 11월(4만3654건)과 비교해 4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경매업계는 이달 경매에 나온 물건 수가 최초로 1만건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매진행건수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낙찰률·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치솟고 있다. 입찰 경쟁의 심화를 증명하는 것이다.

지난달 낙찰률은 41.1%로 올 1~9월 평균(38.6%)보다 2.5%포인트 높았다. 낙찰가율도 1~9월 평균인 71.1%보다 2.7%포인트 오른 73.8%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에서 ‘싸게 사는’ 경매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이전보다 더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입찰 열기에 휩쓸려 ‘낙찰’을 목적으로 응찰하게 되면 시세보다도 높은 금액을 써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인테리어·명도 비용, 밀린 관리비 등 추후 소요될 부대비용을 감안하고 입찰 금액을 써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