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리뷰] 사랑안하고 뭐해?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5-10-15 18:09 수정일 2015-10-15 18:11 발행일 2015-10-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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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잇걸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매력 포텐 터져
아델라인
가을 극장가를 찾은 따뜻한 로맨스 ‘아델라인:멈춰진 시간’의 한장면.(사진제공=퍼스트런)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영화 ‘아델라인:멈춰진 시간’은 한번쯤 상상해 봤던 소재를 가지고 올 가을 여심을 흔든다.

올해로 107살이지만 영원히 29살로 살고 있는 아델라인(블레이크 라이블리)은 매년 10년을 주기로 신분을 위장하고 거주지를 옮기며 살고 있다.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로 살었던 그는 우연한 차 사고로 늙지 않는 신체를 갖게되고 남들에게는 할머니로 소개하는 딸(엘렌 버스틴)만이 비밀을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지 못하는 현실이 지옥임을 일찌감치 깨달은 아델라인은 주변 남자들의 호의를 무시한 채 마음을 닫고 건조한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에게 한눈에 반한 젊은 사업가 엘리스(미치엘 휘즈먼)는 우연을 가장해 잦은 만남을 이어가고 가족들에게 아델라인을 소개하기에 이른다. 서툴게 시작한 감정에 확신을 가지게 된 아델라인은 엘리스의 아버지가 40년 전 진심으로 사랑했던 윌리엄(해리슨 포드)임을 알고는 좌절한다. 그렇게 영화는 불륜과 비극 사이에서 위험천만한 줄타기를 시작한다.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은 흡사 여성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표방하면서도 예비 시아버지와의 파격 정사를 담은 ‘데미지’의 향기를 풍긴다. 하지만 감독은 전작들의 익숙한 플롯보다는 현실의 감정에 충실한 한 여자의 심리를 주도면밀하게 훑는다.

아델라인은 시대의 비극으로 국가의 실험대상이 될 뻔하고 제도의 의심을 받기도 하며 가족과는 생이별을 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그 와중에 빛나는 외모는 도리어 독이자 헤어나지 못하는 굴레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영화사측에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는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할리우드의 그 어느 여배우도 표현해 내지 못하는 우아함으로 캐릭터를 소화한다. 80년을 넘게 살아온 탓에 농염하고 지적이며 동시에 외로운 아델라인의 심리는 인기 미국 드라마 ‘가십걸’의 패셔니스타였다 ‘파괴자들’에서 파격 노출을 감행한 브레이크 라이블리만이 가진 경험치에서 자유롭게 헤엄친다.

1920년대의 드레스와 40년대의 헤어 스타일, 60년대의 액세서리를 자유롭게 매치하는 여배우의 변신은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만이 가진 장점이다. 남자 관객들도 손해 볼건 없다.

여배우의 드레스 핏은 범접할 수 없는 섹시함이 뭔지를 경험하게 만든다. 여성관객이라면 러닝타임 내내 ‘부러움과 질투’의 한숨을 내쉬어야 할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 좋은 계절, 마음껏 사랑하라는 불변의 진리를 가장 에둘러 그리고 애틋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간다.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