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 배임죄 법조항 이제 뜯어고쳐야

사설
입력일 2015-10-15 15:38 수정일 2015-10-15 15:44 발행일 2015-10-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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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최근 배임죄로 기소된 기업인들에 대해 잇따라 완화된 판결을 내리고 있다. 서울고법은 14일 2조6000억원대의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대법원은 1600억원대 조세포탈·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 “배임에 관련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이 잘못됐다”며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어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 법원이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배임죄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해 본인(회사)에 손해를 가한 죄’다.

하지만 배임죄 처벌이 기업인들에 대한 대표적 과잉형벌이라는 논란이 거듭돼왔다. 범죄 구성요건이 모호해 ‘걸면 걸린다’는 식으로 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상 판단의 문제를 배임죄로 옭아매 정상적 경영활동까지 저해하는 지나친 형사개입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현재 한국 말고 형법상 배임죄를 두고 있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밖에 없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의 경우 정상적 경영판단은 용인하고 명백한 고의성이 있을 때만 처벌토록 하고 있다.

이제 기업인들의 배임죄 규정을 근본적으로 손볼 때가 됐다. 적용범위와 기준을 보다 분명히 하고, 명백한 고의성으로 손해를 끼친 경우로 잣대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경영자가 기업 이익을 위해 경영상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이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면, 손해가 발생한 결과가 나타나도 책임을 면하도록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다. 더 이상 배임죄가 기업인과 기업의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