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구조조정, 옥석 가릴 필요 있다”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10-15 11:36 수정일 2015-10-15 12:39 발행일 2015-10-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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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연구소, 한국금융연구센터와 공동 라운드테이블 개최
(보도사진)제5회 라운드테이블 발표토론자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4일 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센터와 공동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제 5회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사진 우측부터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소장, 송치용 서울시립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옥기석 KEB하나은행 본부장, 임치용 김앤장 변호사,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명순 금융위원회 국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부실기업 정리가 경제계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구조조정 대상 기업 중에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상설화를 중단하고 기촉법의 장점은 통합도산법에 반영해 대비하면 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4일 은행연합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금융연구센터와 공동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내수 둔화 상황에서 수출까지 감소하면서 국내 기업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배 소장은 “우리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작동할 수 있는 계기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은 한국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면서 관련 법제도 및 관행의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부, 워크아웃에 개입하지 말아야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좀비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이 정상기업의 투자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청에서 좀비기업에게 적절히 금융지원을 해준 결과,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나타나 정상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결과는 중소기업청에서 투자의향이 높은 기업 위주로 금융지원을 해줘 수혜 기업이 무리한 투자를 해 좀비기업이 됐을 가능성이 공존한다. 하지만 금융지원을 당장 중단해야 하는 기업뿐 아니라 한계적으로 금융지원을 해줄 가치가 있는 기업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송 교수는 “좀비기업의 긍정적 외부효과의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좀비기업 모두를 구조조정의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 가운데 옥석을 가려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낮은 소법인, 소호(SOHO), 벤처기업 금융을 위해 여전업, 벤처캐피탈 등 상대적으로 하위 금융회사의 역할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금융은 민간금융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문을 중심으로 범위를 재설정하고, 민간금융 주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기능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치용 김앤장 변호사는 기업의 회생절차가 기업구조조정 시장의 필요성이 부응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임 변호사는 “기촉법에 의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정부가 ‘정무적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워크아웃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며 “금융기관 역시 경제성에 입각한 자율적인 판단에 기초하여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촉법 장점, 통합도산법 등에 반영해야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촉법은 채권자 간의 형평에 어긋나며 거래비용 측면에서도 본말이 전도됐다”며 “상설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기촉법이 폐지되는 경우, 기촉법의 장점은 통합도산법이나 사적 채무재조정 과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촉법 절차 또는 다른 사적 채무재조정 절차에 대해 채권자 책임의 법리를 적용해 경영개입한 채권자의 채권은 열후화(subordination)할 필요가 있다”며 “도산해지 조항을 명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전성인 교수의 발표에 대해 이명순 구조개선정책관은 금융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점들을 설명하고 향후 정책과제에 대하여 설명했다.

이 정책관은 기촉법의 문제점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현재 국내 금융시장 상황에서 기촉법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