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 탄생 100주년 맞은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을 향한 경외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5-10-13 15:59 수정일 2015-10-18 13:36 발행일 2015-10-1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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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을 맞은 잉그리드 버그만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이 15일 국내 개봉한다.(사진제공=찬란)

고전적인 미인은 아니다. 키는 컸고 덩치도 만만치 않았으며 오밀조밀한 생김새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했다. 당시 키 큰 여자들이 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다녔던 것과 달리 그녀는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자연스럽게 아름다웠으며 경외심이 들 정도로 경건했다. 그녀의 이름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 용감했던 스웨덴 여배우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이 개봉한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 칸 영화제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포스터 주인공으로 선정했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그녀의 탄생을 기념했다.

첫사랑 페터 린드스트롬과 첫 번째 결혼으로 낳은 딸 피아를 비롯해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과의 사이에서 난 쌍둥이 딸이자 영화배우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자신의 엄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레이션은 잉그리드 버그만과 같은 스웨덴 출신의 여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담당했다.

홈 무비 촬영과 사진 찍기, 글쓰기를 즐기던 잉그리드 버그만이 남긴 방대한 양의 영상과 사진, 편지, 일기 등을 바탕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필름은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서정적이며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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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 버그만은 홈무비 촬영과 사진 찍기, 글쓰기 등을 즐겼다.(사진제공=찬란)

“한 일 보다 하지 않을 일을 후회한다.”

그녀는 그랬다. 일찌감치 결혼해 딸을 낳고, 배우로서 스웨덴, 할리우드, 이탈리아 등을 떠돌았다. 세번의 결혼과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와의 사랑으로 치명적인 스캔들의 중심에 섰고 힐난의 대상이 됐지만 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두려워했다.

언제나 멀리 있는 엄마를 그리워했던 자녀들은 어려운 순간 곁을 지키던 엄마로 잉그리드 버그만을 추억한다. 미움보다는 그리움, 증오보다는 유쾌함과 긍정정 에너지를 전하는 엄마 잉그리드 버그만은 아이들과 어울려 수영을 즐기고 들판을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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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멀리 있었지만 아이들은 그녀를 유쾌하고 그리운 엄마로 추억하고 있다.(사진제공=찬란)

데뷔작 ‘인터메조’부터 대표작 ‘카사블랑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잔 다르크’ 등에서 독립적이고 강단 있는 여성 캐릭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잉그리드 버그만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7번이나 노미네이트됐고 3회 수상했다.

“스웨덴 여배우 안 필요하세요?”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작품에 감명 받아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의지를 직접 전화로 표명할 정도로 당당하고 유쾌했지만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던 잉그리드 버그만은 다른 삶을 경험하는 ‘연기’로 빛나고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던 천생 배우였다.

그런 잉그리드 버그만을 기리기 위해 딸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제안하고 스티그 비요크만 감독, ‘피아노’의 음악감독 마이클 니만, 마지막 영화 ‘가을소나타’에 함께 출연한 리브 울만, 시고니 위버 등 영화 대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영화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은 15일 국내 개봉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