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1년… 동네서점 살리기 효과없고 국민 독서량만 줄여

오승목 기자
입력일 2015-10-08 18:39 수정일 2015-10-08 18:39 발행일 2015-10-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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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도서정가제가 도입된 후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본래 취지인 ‘동네서점 살리기’ 효과는 전무하고 오히려 책값만 비싸져 국민 독서량만 크게 줄여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릿지경제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도서정가제 강화 이전과 비교해 전체소득과 서적을 포함한 오락 및 문화 지출 비용에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서적구입비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전체가구 서적구입비는 평균 9009원을 기록했다. 이는 도서정가제 강화 이전인 2014년 2분기의 1만1121원에서 19%나 줄어든 것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6~8% 정도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도서정가제 이후 서적구입비 감소폭이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2014년부터 최근까지 독서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도서정가제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8.8%가 도서정가제 이후 책을 구입하는 비중이 줄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51.6%)와 30대(50.4%) 등 젊은 층의 도서 구입이 40대(46.8%)와 50대(46.4%)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당초 기대했던 동네서점 활성화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미희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총괄실장은 “아직 도서정가제를 통한 지역서점의 매출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다만 성 실장은 도서정가제로 인해 지역서점들이 지역 도서관에 납품하게 되는 등 조금씩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의 동네서점 한빛책서점에서 일하는 오진성 씨는 “도서정가제 이후 매출에 변화가 없다”며 “온라인 서점들이 전혀 할인하지 않는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서정가제 강화 실시 전까지 가장 큰 할인가로 온라인 주문 당일배송을 했던 교보문고의 매출은 잠시 주춤했다 회복세에 들어섰다. 교보문고 홍보팀 진영균 씨는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초반 3개월간 온라인 서적 매출이 10%가량 줄었지만 이후 점차 회복세에 들어 이제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목 기자 sm.oh@viva100.com

전체가구 서적구입비 추이
(데이터제공=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