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수원장에 조영제 전 금감원 부원장 내정… 결국 낙하산

이길상 기자
입력일 2015-10-05 13:36 수정일 2015-10-05 17:48 발행일 2015-10-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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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리더십 공백...낙하산에 공들였나
조영제 금융연수원장 내정자<YONHAP NO-2221>

한국금융연수원장에 조영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내정됐다. 5개월여 넘게 인선이 이뤄지지 않다가 내정설이 파다했던 조 전 부원장이 결국 들어오게 되자 낙하산 인사에 너무 공들였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연수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등 연수원 사원기관들은 이번 주 중 서면으로 사원총회 결의를 거쳐 조 전 부원장을 금융연수원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취임식은 이번 주 또는 다음주 초 열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2일 회의를 열고 조 전 부원장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요청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조 전 부원장의 내정설은 이장영 현 원장의 임기 만료 시점인 지난 4월부터 흘러나왔다.

당시 금융권은 이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금융연수원이 국내 20개 은행 출자로 설립된 민간기구이기는 하지만 원장직은 그동안 금감원 퇴직 인사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원장이 이 원장의 뒤를 잇는 것은 금새 이뤄질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 4월 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면서 터진 ‘성완종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조 전 부원장이 경남기업에 대출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검찰 조사 결과 조 전 부원장은 지난 6월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 조 전 부원장에 대한 금융노조의 반발은 심해졌다. “부도덕하고, 부적격한 인사”라며 원장 선임에 강력히 반대한 것.

다른 인사가 원장 후보로 거론될 상황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원장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고 리더십 공백 상태로 5개월이 훌쩍 흘렀다. 그러다 조 전 부원장이 이번에 원장직을 꿰차게 됐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조 전 부원장을 금융연수원장으로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공들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취임일도 국정감사 일정이 끝난 후로 잡아 금융노조가 제기하는 부적격 인사 인선 논란도 피해나갔다.

게다가 사원기관들이 10월 5~11일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을 명분으로 원장 선임 건마저 서면결의로 의결하는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가 없을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너무 오랜 시간을 들여 원장 직에 앉히는 모습이라 가히 보기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길상 기자 cupp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