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레임덕에 빠진 주진형 한화증권 대표… '풍운아'의 운명은?

유병철 기자
입력일 2015-09-30 16:11 수정일 2015-09-30 18:19 발행일 2015-09-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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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주진형_사진

주진형(사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임기 6개월을 앞두고 레임덕에 빠졌다.

30일 한화증권 리테일본부의 사업부장들과 지점장들은 주 대표실을 항의 방문해 ‘서비스 선택제도 시행에 대한 우리의 입장’ 성명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두번째 반란이다. 지난 15일 지점장들 사이에서 벌어진 ‘연판장 사건’ 이후 채 한달도 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주 대표가 위(그룹)와 아래(직원)에 치여 레임덕에 빠진 것으로 평가한다.

주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아직 6개월 가량 남았지만 이미 그룹에서는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통상 업계에서 1~2개월 전에 후임자를 물색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또한 파격이다.

주 대표는 연임 문제에 대해 ‘스스로’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지난 봄과 6월에 한차례씩 한화증권으로 오도록 권유한 분들에게 연임할 생각이 없다고 얘기했다”며 “계약상 내년 3월말까지만 하고 물러나겠다고 했다”고 밝힌 것.

연임설은 끝났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그가 취임 이후 전례 없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한화증권의 많은 것을 바꿨기 때문이다. 주 대표는 한화증권에 몸을 담은 뒤로 업계에서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관행을 타파하려 노력했다. 증권가에 화제가 된 ‘매도 리포트’ 할당제다. 전체 종목 중에서 ‘중립’과 ‘매도’ 비중을 40%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과당매매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영업직원의 매매수수료 기반 개인 성과급을 없앴다. ‘고객 우선’을 표방했지만 직원들의 마음을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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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투자증권의 리테일본부 지역 사업부장과 지점장 50여명이 30일 오전 주진형 대표실을 항의 방문해 다음 달 5일부터 실시할 예정인 서비스 선택제를 유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고객과 영업 사원의 연쇄 이탈로 영업기반의 심각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연합)

현재 한화투자증권 직원은 정직원이 950명, 계약직이 64명이다. 주대표의 취임 전(2013년 3월말)에는 정규직이 1476명, 계약직이 211명이다. 2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673명이 회사를 떠났다. 구조조정의 탓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해 한화증권을 떠난 직원들 가운데 실적 상위권인 사람들은 메리츠종금증권으로 대거 이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의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 떠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주 대표는 이번 2차 반란에 대해 별 다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페이스북으로만 소통하고 있을 뿐이다. 주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에서 “바른 소리를 잘 하라고 사장시킨 것이 아니고 경영 성과를 내라고 시킨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지난 5년 중 가장 좋은 재무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항변했다.

외형적으로 보면 주 대표의 노력은 조금씩이나마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3년 한화증권은 6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분기에는 170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과당매매를 막고서도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는 게 주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리테일은 아직도 적자가 만만치 않지만 계속 기다려 줄 것”이라며 “대신 IB(투자은행)와 트레이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증권가의 풍운아 주 대표가 레임덕에 빠져 침몰할 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개혁을 밀어붙일 지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이유다.

유병철 기자 ybstee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