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역이득공유제, 反시장적 억지다

사설
입력일 2015-09-29 15:26 수정일 2015-09-29 16:31 발행일 2015-09-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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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이득공유제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당초 야당이 강하게 요구했고 여당은 반대했으나,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 차원에서 연구토록 한데 이어,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 가리지 않고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한·중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까지 발목잡히고 있는 양상이다.

무역이득공유제는 FTA로 이득을 보는 수출 제조업체들로부터 이익 일부를 환수해 피해를 입는 농어업에 지원하자는 취지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시장경제의 원칙이나 FTA의 목적에 어긋나는 도무지 말이 안되는 억지다.

FTA는 협정 체결 쌍방이 자유무역으로 비교우위 경쟁력을 가진 상품을 서로 교환, 국민들이 질좋은 상품을 싼값에 소비토록 함으로써 모두 이익을 누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농어업의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제조업의 이득을 떼어내 나눠준다면 어떻게 될까? 이익이 줄어드는 제조기업은 수출 증대를 위한 혁신의 동기를 잃게 되고, 농어업은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사라진다.

현실적으로도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은 가능하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정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결과, 제조기업 이익이 FTA 때문인지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 등에 의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고, 이익에 대한 세금을 이미 내고 있는 기업에 이중으로 과세함으로써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다는 등의 이유로 불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제도를 도입한 외국사례도 없고, FTA협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마디로 무역이득공유제는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 전반의 추락을 가져올 반(反)시장적 발상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입법을 요구하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농어촌의 표를 얻기 위한 정략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그동안 피해를 보전한다면서 막대한 세금을 퍼부어 지원해온 우리 농어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나아졌나. 오히려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기회만 없앤 결과만 가져온 것 아닌가. 무역이득공유제 입법은 결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