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함께 하는 힘, 사람에게 위안 받다 ‘병을 이겨낸 사람들’ 시리즈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5-09-25 07:00 수정일 2015-09-25 07:00 발행일 2015-09-25 14면
인쇄아이콘
qnrsksmsquddmfdlfjgrpdlruTek

사람만큼 효과적인 체험이 또 있을까?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야말로 효과적인 길라잡이가 되고 위안이 된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 ‘질병’이라면 그 공감도는 보다 격해진다.

DIPEx(Database of Individual Patient Experiences). 개인이 겪은 질병 체험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공유하는 것을 이른다. 2001년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팀에서 시작한 질병체험이야기 연구팀이 쓴 질병 체험담이 ‘병을 이겨낸 사람들’이라는 6권짜리 시리즈로 엮였다. 영국, 일본, 독일에 이어 한국이 전세계에서 4번째로 수행한 프로젝트로 현재는 10여개국에서 진행 중이다.

실제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녹취·전사해 전문가들이 분석한 후 검증된 정보를 웹사이트(

www.healthstory4u.co.kr)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프로젝트다.

연구책임자인 강창우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고문희 초당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일환 단국대 가정의학과 교수 등 14명의 전문가들은 2009년부터 5년 동안 300여명의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2013년부터는 웹사이트에 그들의 동영상 인터뷰를 공개하고 있다.

시리즈는 총 6권으로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질병을 주제로 한다. 당뇨병, 위암, 유방암, 우울증, 치매 그리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각권에 담았다.‘당뇨를 이겨낸 사람들’, ‘위암을 이겨낸 사람들’, ‘유방암을 이겨낸 사람들’, ‘우울증을 이겨낸 사람들’ 등 4권까지는 해당 질병의 전형적인 증상들부터 치료, 치료 후 부작용과 합병증 관리, 완치 후의 일생생활 등을 4개 챕터에 담았다.

31
시리즈는 총 6권으로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질병을 주제로 당뇨병, 위암, 유방암, 우울증, 치매 그리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각권에 담았다.(사진제공=한빛라이프)

같은 질병이라도 증상은 다양하다. 그 다양한 증상은 환자들의 이야기로 대화하듯 실렸고 체크리스트로 제시되는 동시에 해당 질병에 대한 전문가의 FAQ로 다시 한번 정리한다. 그리고 증상이 다양한 만큼 치료 방법도 여러 가지다.

병의 증상과 진단, 첫 진단 후 느낄 수 있는 심적 부담감, 발병 원인에 이어 책은 그 치료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그에 따를 수 있는 신체적, 심리적 문제들까지 짚는다. 각 증상과 치료법에 따라 실제 환자들이 겪은 신체 변화와 완치 후 후유증,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데의 불편함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 등에 대처하는 법을 꼼꼼하게도 조언한다.

5권 ‘치매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현대인에게 가장 무섭다는 ‘치매’를 소재로 한다. 전세계 의약계가 치매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소식이 들려올 정도로 ‘치매’는 글로벌 화두다. 사회가 발전하고 바빠지면서 스트레스는 여러 가지 질병을 부르고 그 중 가장 치료가 어려운 병이 치매다.

이는 환자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주변 가족들의 삶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치매는 아직까지 완치 방법도 없다. 이에 ‘치매’를 다룬 5권은 이겨낸 사람들의 경험담이 아닌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롯이 환자 이야기로 해당 질병을 다룬 1~4권과는 달리 5권 ‘치매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치매환자와 보호자의 관계에 집중한다. 증상에 대처하는 방법이나 요양시설을 이용하거나 재가돌봄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환자를 돌보는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게 되면서 그들이 겪게 되는 관계, 사회생활, 생활방식, 심리적, 경제적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치매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의 지향점, 요양시설의 현황과 개선점, 관련 제도의 개선,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 등의 문제제기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권인 6권은 완화치료와 호스피스를 선택하고 삶의 끝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호스피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은 시한부 통보로 절망하게 될 환자와 주변인들의 심정과 반응부터 신체적·심적·경제적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 살아온 삶의 성찰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과정을 훑는다.

총6권으로 꾸려진 ‘병을 이겨낸 사람들’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함께 하는 힘’이다. 발병부터 완치까지 혹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가족, 친구, 지인 등 함께 하는 사람들이 주는 위안은 의학적 치료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이 책의 근간이 된 DIPEx 프로젝트는 언제든 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를 ‘병에 대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환자와 가족, 이웃을 엮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용기와 위안을 선사한다. 각권 1만2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