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주 속 사도세자와 아버지 영조, 그들의 8일 간의 기록 영화 '사도'로 재조명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9-03 23:30 수정일 2015-09-04 09:08 발행일 2015-09-0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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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유아인 주연 16일 개봉
사도 시사회2
언론시사회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송강호(왼쪽부터), 김해숙, 전혜진, 문근영, 유아인, 이준익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양윤모 기자)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영화로 재구성했다. 왕으로서 엄격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뒤주 속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아들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영화 ‘사도’로 관객을 만난다. 감독이 주목한 것은 왕과 세자가 아닌 인간이다.

3일 언론시사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익 감독은 “이 세상에 아버지 없는 아들 없고 아들과 아버지 곁엔 어머니가 있다. 하지만 그 관계들이 삶 속에서 다툼과 갈등과 상처로 이어지기도 한다. 굳이 모두가 아는 사도 이야기를 찍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영화 사도 시사회2
배우 송강호 (사진=양윤모 기자)

그는 이어 “하나의 사건 아래에서 자신의 입장에 최선을 다했던 인간들의 모습은 비극적이나 아름다울 수 있다. 현실의 수많은 상처가 다시 정화될 수 있다면 이 시대에 다시 사도세자 이야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조와 사도세자는 각각 배우 송강호, 유아인이 연기했다. 송강호는 왕으로서 엄하지만 아들을 아끼고 질투하는 아버지 영조를 훌륭히 소화했다.

유아인도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점점 불행의 길로 걷는 사도세자의 슬픈 운명을 묘사하며 관객의 깊은 공감을 샀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후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관객의 눈시울은 유아인 덕분에 점점 붉어졌다.

송강호는 “그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왕은 이럴 것’이라는 선입견에 잡혀있던 것 같다. 그걸 깨기 보다는 ‘왕이 저럴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연기적 테크닉과 포장이 아닌 사도가 뒤주에 갇힌 8일간 영조의 모습을 군왕이자 아버지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사도 시사회3
배우 유아인 (사진=양윤모 기자)

사도를 연기한 유아인도 “이번 작품은 감정연기가 특히 어려웠던 거 같다. 계속 무거운 감정이다 보니 그 안에서 어떻게 변화를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건강한 청년이 운명 속에서 광인으로 변해가는 과정, 뒤주 안에서 변화의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 힘들었다. 아버지의 아들로서 사도가 변화하는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애쓰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송강호, 유아인 외에도 김해숙, 문근영, 전혜진 등이 출연한다. 문근영은 자신의 바람대로 사도세자의 아내 혜경궁 홍씨 역을 맡았다.

문근영은 “KBS2 드라마 ‘명성왕후’를 촬영할 때 대사 중 혜경궁 홍씨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 때 막연히 ‘이 역은 한번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혜경궁 홍씨는 비극적인 가족사의 산증인이자 영조, 사도세자, 세손에 이르기까지 삼대에 걸친 상처를 모두 겪은 인물이다. 그런 사연을 가진 인물을 연기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는 16일 개봉한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