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다 내꺼! 인기 동화 ‘구름빵’의 물고 물리는 저작권 분쟁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5-08-28 07:00 수정일 2015-08-28 20:36 발행일 2015-08-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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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동화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와 빛그림(사진) 작업에 참여했던 김향수 작가의 저작권 분쟁이 불거졌다.

“돈이 아닌 저작권을 원한다.”

2011년 매절계약(저작자에게 일정 금액만 지급하고 향후 저작물 이용으로 얻는 수익을 출판사가 독점하는 계약) 피해사실이 알려져 한차례 저작권 홍역을 앓으면서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가 한 말은 2015년 현재까지도 유효한 이슈다.

‘구름빵’ 출판사 한솔수북과의 저작권 분쟁에서 백희나 작가가 했던 이 말이 2015년 8월에는 ‘구름빵’의 빛그림(사진) 작업에 참여했던 김향수 작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문제는 백희나 작가가 김향수 작가를 공동저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소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꼬마 고양이 ‘홍비’와 ‘홍시’는 구름을 반죽해 구운 빵을 먹고 두둥실 날아올라 창문으로 빠져나가 모험을 즐긴다. ‘구름빵’은 봉제인형 캐릭터들에 철사를 달아 독특한 입체감을 살린 사진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백희나 작가와 김향수 작가가 수개월 동안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결과물로 알려진다.

백 작가는 소장을 통해 “김씨는 촬영 당시 원고가 주도한 피사체 제작과 설정, 분위기, 장면의 역할, 카메라 앵글과 조명 설정 등의 보조적 역할을 했을 뿐이다. 공동 저작에 대한 동의 없이 출판사(한솔수북)가 임의로 이름을 끼워 넣은 것이므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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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 앞에 한 사람이 있고 3미터 앞에 또 다른 사람이 서 있는 상황에서 누구에게 카메라 초점을 맞추느냐는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일까요? 의도를 반영한 연출과 창작의 문제일까요?”

김향수 작가는 ‘브릿지경제’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반문했다. 김 작가는 이어 “백 작가의 의도에 조명, 초점, 이동 방향, 색감 등 나의 의도를 담아 촬영한 작업”이라며 “이 소송은 돈이나 저작권의 문제를 떠나 사진이 창작의 영역이냐 아니냐를 밝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정위원회나 그 어떤 대화 시도도 없이 소송을 제기한 백 작가에 대해 김 작가는 “백 작가의 저작권 사수를 응원해왔다.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또 다시 저작권을 가지고 싸우는 모양새로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 소송으로 이미 합의된 출판권 이관 문제는 뒤로 밀린 상태다. 한솔수북의 최만영 이사는 “이미 출판권과 인세를 전달하겠다는 합의서 초안을 공유했지만 백 작가가 김향수 작가에게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면서 넘겨줄 주체가 모호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이유로 애니메이션 등 2차 저작권을 소유한 강원정보문화진흥원-디피에스 컨소시엄 역시 백 작가와의 계약조건 합의를 마냥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다.

소송 남발의 시대, 독특한 콘셉트의 동화 ‘구름빵’이 다양한 전문가의 협업에 의한 결과물인지 작가 한 사람만의 창작물인지를 가늠해야할 또 하나의 공방이 시작됐다.

2011년 출판사를 상대로 한 백희나 작가, 그 백 작가가 소송을 제기한 2015년의 김향수 작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두 사람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링 위에 올랐다. 누가 이기든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커진 안타까운 2015년 대한민국 저작권 현실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