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 들을 수 없어도 괜찮아! 당당하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미라클 벨리에'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5-08-20 18:19 수정일 2015-08-24 15:49 발행일 2015-08-20 99면
인쇄아이콘
alfkzmfqpffldp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쾌한 가족영화 ‘미라클 벨리에’(사진제공=영화사 진진)

엄마도, 아빠도, 남동생도 소리를 듣지 못한다. 당연히 목소리도 낼 수 없다. 조금은 특별한 ‘벨리에’ 가족 중 유일하게 말을 하고 소리를 듣는 소녀 폴라(루안 에머라)의 어깨는 제법 무거워 보인다. 가족사업인 낙농과 치즈판매에서 외부인과의 일은 모두 폴라의 몫이다.

고단한 일상에 수업시간에는 졸다 쫓겨나기 일쑤고 “치즈 달라”는 말을 못알아듣고 상냥하게 웃고만 있는 엄마(카린 비아르)에게 손님은 “엄마가 좀 이상하다”고 속삭인다. 잘나가는 친구들이 여는 파티에서는 초대 ‘열외’ 대상이기도 하다.

사춘기 소녀 폴라에게 이같은 일은 그야 말로 일상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예민하게 반응할만한 일도 대수롭지 않았고 어깨는 가벼웠다. 영국 듀오 팅팅스의 유머러스하고 신나는 음악이 유독 애정표현이 과한 가족의 일상을 대변하곤 했다.

극 분위기 역시 슬프고 우울할 수 있는 현실을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겁게 풀어간다. 폴라와 덩달아 관객들의 마음도 한층 가볍다. 소녀가 꿈을 가지기 전까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들 중 유일한 건청인, 그녀의 꿈은 가족이 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던 소녀가 찾은 꿈에 대한 열망은 봇물 터지듯 가족과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소녀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들리지 않는 건 내 정체성”이라는 아빠,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을 정말 미워했다”는 엄마는 가족을 버리려는 폴라가 서운하다. 그저 노래를 부르고 싶을 뿐 아직 결정난 것도 없는데 거리를 두려는 부모가 야속하다.

130912-234_RET
폴라는 가족을 떠나지만 이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벨리에’ 가족의 유대감은 더욱 단단해졌다.(사진제공=영화사 진진)

하지만 영화는 갈등과 혼란도 오래 끌지 않는다. 칙칙하거나 우울해지지도 않는다. 갈등과 혼란마저 ‘벨리에’ 가족답게 풀어가는 ‘미라클 벨리에’는 어느 부모나 그렇듯 딸 폴라의 노래를 진동으로, 가슴으로 듣고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가족영화의 뻔한 공식을 따르는 ‘미라클 벨리에’의 아쉬움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상쇄하고도 남는다. 영화는 실제 청각장애인 가정에서 자란 작가의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간 베로니크 풀라의 베스트셀러 ‘수화·소리·사랑해! 베로니크의 CODA 다이어리’를 바탕으로 한다.

실제 ‘보이스 프랑스’ 시즌2 준우승자 출신인 폴라 역의 루안 에머라는 스스로의 경험을 되살려 노래라는 꿈을 향한 폴라의 열정을 생동감 넘치게 소화해 세자르 어워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들을 수 없지만 주눅 들기보다 당당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시장선거에 후보등록을 하기도 한다. 마을 발전 방안을 논해야할 정책토론회에서 초고속 인터넷 등 마을 민원사항을 운운하는 유권자들에게 “언제까지 의존만할거야”라며 “당신들이 진짜 장애인이야!”라고 일갈한다.

이렇게 당당하고 유쾌하게 현대를 사는 이들에게 일갈하는 청각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는 ‘뻔한’ 플롯에도 감동할만하다. 결국 폴라는 가족을 떠난다. 하지만 그녀가 부른 미셸 사르두의 ‘Je Vole(비상)’ 가사처럼 도망이 아닌 날아 오르기 위해. 그리고 이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벨리에’ 가족의 유대감은 더욱 단단해졌다. 27일 개봉.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