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음악방랑자들의 음악 취향 길라잡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5-08-21 07:00 수정일 2015-08-21 07:48 발행일 2015-08-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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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와도 담담하게, 담담하게…(중략)…추억할 수 있게 된 이 순간의 여름”-데이브레이크 ‘담담하게’

혼자 떠난 남해여행에서 처음 들었던 음악은 여행 당시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귀와 마음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음악이란 그렇다. 사랑으로 충만할 때의 블루스, 우울증을 날려버리는 록 넘버, 일상에 지쳐 있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재즈….

어느 날 문득 귀에 들어와 가슴을 두드린다. 마치 방랑하듯 여행하던 중 히치하이킹으로 위안을 받고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이처럼 음악방랑자의 음악 취향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책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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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음악 취향을 찾는 여행자들을 위한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사진제공=탐)&nbsp;

음악전문기자 권석정, 음악큐레이터 백병철과 이수정, 음악 전문 웹진에서 활동해온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작곡가이자 음반제작자 김상원(프로젝트 슘) 등 음악계의 내로라하는 글쟁이이자 전문가들이 음악에 빠진 순간을 전한다.

그 순간 음악의 길로 접어들어 한길을 걸어온 이 음악여행가들은 누구든 맞닥뜨리게 되는 ‘음악에 빠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책은 현대 대중음악의 근간이 되는 블루스, 록, 포크, 흑인음악, 댄스로 ‘여행루트’를 나눠 각각 권석정, 백병철, 서정민갑, 김상원, 이수정을 가이드로 내세운다. 이들은 마치 각 음악 장르로 떠나는 음악여행의 가이드가 된 듯 저마다의 스타일로 음악을 소개하고 설명한다.

권석정은 기타 레슨 선생의 무아지경 즉흥 연주로 블루스에 빠져들었고 백병철은 1993년 ‘2시의 데이트’에서 들은 건스 앤 로지스 ‘더블 토킹 자이브(Double Talkin’ Jive)’로 단박에 록 마니아가 됐다.

이같은 사연과 더불어 각 음악 장르의 태동과 특징, 대표 아티스트에 대해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에 걸맞은 음악들을 소개한다. 이들의 음악이야기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각 장르별 전통을 현재까지 이어오거나 변형해 노래하는 이들까지 아우른다.

 

찰리 패튼의 ‘하이 워터 에브리웨어(High Water Everywhere)’(1929)로 시작한 블루스는 지미 헨드릭스, 스티비 레이본, 에릭 크랩톤, 존 메이어, 하헌진의 ‘지난 한해’까지를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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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철은 자신을 록의 길로 이끈 건스 앤 로지스 ‘더블 토킹 자이브’를 시작으로 척 베리, 엘비스 프레슬리 등 대표 록커들은 물론 마룬5, 국카스텐, 씨엔블루, FT아일랜드 등 지금도 곁에 있는 록밴드를 언급한다.(사진제공=탐)

백병철은 자신을 록의 길로 이끈 건스 앤 로지스 ‘더블 토킹 자이브’를 시작으로 척 베리,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롤링 스톤즈, 도어스, 지미 헨드릭스,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블랙 사바스, 너바나 등 대표 록커들을 거쳐 마룬5, 국카스텐, 씨엔블루, FT아일랜드 등 지금도 곁에 있는 록밴드를 언급한다.  

기타에서 시작돼 삶의 모든 순간에 스며든 포크를 설명하며 서정민갑은 우드 거스리부터 밥 딜런, 사이먼 앤 가펑클 그리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데미안 라이스, 영화 ‘원스’ 등의 대표곡을 소개한다. 한대수, 김민기, 노래를 찾는 사람들, 김광석 등 한국의 포크 뮤지션 계보를 훑기도 한다.

흑인음악을 ‘엉덩이가 만들어낸 음악’이라고 표현하는 김상원은 ‘소울풀’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며 여행을 시작한다. 빌리 홀리데이, 영화 ‘모 베터 블루스’의 OST, 잭슨 파이브 등 대표 뮤지션을 비롯해 한국의 2NE1으로 흑인음악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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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매칭, 스크래치 등 DJ기법부터 박명수의 EDM까지(사진제공=탐)

레이브 파티를 즐기는 음치 친구의 믹스테이프에서 들었던 666 ‘아목(Amokk)’으로 음악의 길로 들어선 이수정은 비트매칭, 스크래치 등의 DJ기법과 훵크, 디스코, 마이클 잭슨의 댄스 팝, 하우스, 테크노 그리고 최근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박명수가 시종일관 주창하는 EDM까지를 관통한다.

각 루트에는 음악과 뮤지션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QR코드를 수록해 해당 뮤지션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그 수용 범위가 넓은 흑인음악이나 댄스는 한정된 페이지에 정리하다 보니 다소 부족하거나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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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루트에는 음악과 뮤지션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QR코드를 수록해 해당 뮤지션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사진제공=탐)

하지만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는 음악적 지식이 풍부한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최대 음원사이트의 ‘베스트 50’ 차트를 통으로 스트리밍하는 게 음악감상의 전부인 이들이 취향을 찾을 수 있는 마중물이 될만큼은 잘 정리돼 있다. 

굳이 어느 한 장르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저 마음을 울리고 귀를 사로잡는 음악에 빠지는 순간을 놓치지만 않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삶을 빛낼 인생의 배경음악과 주제가를 만나게 된다. 가격 1만3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