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협녀' 전도연·김고은, 이구동성으로 외치다 "아쉬운 건 사실"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8-18 07:00 수정일 2015-08-18 09:15 발행일 2015-08-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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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은 오랜만에 국내에서 제작된 ‘무협’ 영화다. 그 속에는 사람 키보다 높이 뛰어오르는 경공술이 나오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검술 액션도 등장한다.

기대가 큰 탓인지, 잡음도 심상치 않다. 도덕적인 문제로 구설에 오른 이병헌은 영화 홍보를 위해 모처럼 공식 석상에 올라 사과를 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냉담하다. 하필이면 배급사가 롯데 엔터테인먼트다. 최근 불거진 롯데 불매 운동은 영화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화려한 무협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협녀’는 중국 무협 영화처럼 엄청난 실력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 동작도 평범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협은 영화 속 인물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그 대신 영화는 세 인물 유백(이병헌)·월소(전도연)·홍이(김고은)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야망과 사랑 그리고 복수에 집중한다. 그 중심에는 홍이가 있다.

월소에 의해 길러진 홍이는 오직 자신의 친부모를 죽인 유백에 복수하기 위해 무술을 연마한다. 박홍식 감독은 화려한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를 마치 좋은 차(茶)를 만들 듯 진하게 영화로 우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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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스로 부족한 게 많이 보여…저도 아쉬워요" 전도연 > “저 스스로 부족한 게 많이 보이는 영화예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강렬한 사랑이야기가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무술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이었죠. 돌이켜보면 연습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절세고수 월소를 연기하기 위해 따로 고전 무용을 배우기도 했지만 칼을 쥔 제 몸은 여전히 굳어있거든요. 사실 현장에서는 후반 작업을 거치면 액션이 좀 더 그럴싸하게 보일 줄 알았죠. 그런데 큰 화면으로 만난 영화는 여전히 아쉽더라고요.” 김고은 > “촬영 기간 내내 몸에 안 아픈 곳이 하나도 없었어요. 통증이 가시기 전에 또 운동하고 촬영하고… ‘은교’, ‘차이나타운’이 정신적으로 힘들다면 ‘협녀’는 육체적 고통이 많았어요. 그렇게 극 중 인물을 설명하는 무술장면이 만들어졌죠. 영화를 너무 ‘무협’으로만 보지 말고 드라마적 요소에 집중해주면 좋겠어요.”
협녀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나쁜 남자 유백 그리고 배우 이병헌

풍천, 설랑, 덕기 세 사람은 백성을 구하기 위해 민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덕기는 사형인 풍천을 배신하고 귀족 유백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에 한 때 연인이었던 설랑은 월소로 이름을 바꾸고 그를 떠난다. 홍이는 풍천의 딸로 월소에 의해 길러진다. 야망에 사로잡힌 유백은 이병헌을 거쳐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했다.

전도연 > “유백은 야망을 실현하는 문 앞까지 가지만 결국 사랑에 무너져요. 그는 나쁜 남자지만 그런 부분에서 여자는 매력을 느끼죠. 게다가 병헌 오빠가 유백을 멋있게 연기했어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는 눈빛, 표정, 액션 등 여러 부분이 고루 채워져 있는 배우 같아요”

“고은이는 ‘욕심이 있는 배우’예요. 그런데 그 욕심이 밉지 않아요. 홍이의 액션이 월소와 유백보다 훨씬 많아요. 최대한 대역을 쓰지 않으려는 감독님의 욕심 때문에 영화에서 보여지는 액션의 80~90%를 고은이가 직접 했어요. 선배로서 도와주진 못해도 응원해주고 싶었죠.”김고은 > “전도연, 이병헌 두 선배님의 공통점이 촬영장에서 유쾌하다는 거에요. 현장에서 스태프와 소통하고 처진 분위기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끌어올리려 노력하시죠. 후배인 저에게도 따로 연기를 지적하지 않으세요. 대신 제 감정을 연기로 녹여낼 수 있게 도와주셨죠. 감정 정리가 채 안 된 상태에서 촬영이 진행되면 ‘기다려달라’, 반대로 감정이 잡혔는데 촬영 준비가 안 되면 ‘지금 빨리 찍어야 한다’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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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 "무술보다 힘든 눈뜨고 버티기" vs 무술 "칼 내려치기 100번 해야 동작 나와"전도연 > 월소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 역을 맡은 전도연은 맹인 연기를 하면서 동시에 칼을 능숙하게 휘둘러야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월소는 늘 눈을 뜨고 있어요. 무술보다 눈을 깜빡이지 않고 버티는 게 더 힘들었죠. 초점 없이 먼 곳을 봐야 하지만 앞에서 움직이면 저도 모르게 눈이 움직거든요. 나중에는 눈이 아플 정도로 충혈되더라고요. 눈을 감고 있는 설정으로 하면 액션을 할 수 없잖아요. 급기야 감독님에게 ‘눈 깜빡이는 건 CG로 지울 수 없냐’고 물어볼 정도로 맹인 연기는 힘들었어요”. 김고은 > “촬영을 위한 훈련 하나하나가 다 힘들었어요. 단순히 칼을 내려치는 것도 100번 정도 휘둘러야 원하는 동작이 나와요. 특히 극 중 홍이가 드는 검은 원래 아버지의 검이에요. 더 투박하고 무거웠죠. 영화는 액션의 화려함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중시해요. 그래서 대역이 있어도 제자 직접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감독님도 그걸 원하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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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50명과 싸우는 월소 vs 유백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홍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월소가 혼자서 50명의 병사를 상대로 싸우는 신과 홍이·유백이 목숨을 걸고 대결을 펼치는 마지막 장면이다. 월소는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 메밀밭을 배경으로 우아한 몸놀림을 선보였다. 홍이와 유백의 결투는 눈 내리는 겨울밤을 배경으로 한다.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된 마지막 싸움은 두 사람이 칼을 맞대는 표정 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전도연 > “첫 촬영이 50대 1 결투였어요. 물론 액션이 어려웠지만 메밀밭도 문제였죠. (싸우느라) 사람들에 밟혀 쓰러진 메밀을 다시 세우는 게 힘들었죠. 몸은 뻣뻣하고 들고 있는 검은 무겁고 또 그것에 맞아 다치면 어떻게 하나 불안감도 들고… 여러 면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김고은 > “마지막 장면은 정말 위험했어요. 영상으로는 느리지만 그 효과를 넣기 위해 배우는 실제 속도 그대로 촬영을 해야 했거든요. 그전부터 칼에 긁히는 잦은 부상은 더러 있었지만 살이 벌어져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다친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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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