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反롯데 포퓰리즘, 反기업이 더 문제다

사설
입력일 2015-08-05 14:39 수정일 2015-08-05 14:40 발행일 2015-08-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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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갈수록 커지면서 여·야 정치권이 이를 빌미로 재벌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오늘 당정회의를 열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책을 협의키로 했다. 특히 야당은 이참에 대기업 그룹 모두를 겨냥해 지배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반(反)기업 법안들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롯데 사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최재천 정책위 의장은 이미 “재벌개혁이 노동개혁보다 먼저이거나 노동개혁과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노동개혁에 맞불을 놓았다. 박영선 의원은 자사주를 각 주주의 지분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토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기업이 자사주를 통해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야당은 또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내용의 ‘독점 규제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안’을 밀어부칠 기세다. 이번 롯데 사태로 매우 복잡한 순환출자에 따른 지배구조의 문제가 드러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엄청난 비용 부담이 뒤따를 수 밖에 없고, 국내 주요 그룹의 해체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롯데를 직접 압박해 기업의 해외법인까지 상호출자 규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어제는 ‘재벌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 시즌2’를 내걸고 토론회까지 열었다.

롯데 사태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롯데 가족간의 반목과 불확실한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비롯된 문제이지, 후진적 지배구조가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볼수 없다. 다른 대기업들까지 싸잡아 비난받고 피해를 입을 일은 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야당이 때를 만났다는 듯이 이번 사태를 재벌의 지배구조를 손보는 기회로 삼겠다고 나서는 것은 결국 반기업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답이 없고 보면, 이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민간 기업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자 자율적 시장경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퇴보시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에 다름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