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 국민 분노 얼마나 더 키울건가

사설
입력일 2015-08-04 15:43 수정일 2015-08-04 15:45 발행일 2015-08-05 2면
인쇄아이콘
롯데그룹 일가의 경영권 싸움이 갈수록 수습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면서 사태 수습 의지를 밝히고,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났지만 해결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그 짧은 5분간의 부자(父子) 회동을 두고 분쟁의 쌍방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할 정도다. 어느 한쪽도 물러설 기미가 없고, 어제 그룹 계열사 사장단의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은 정면 승부를 의미할 뿐이다.

이같은 롯데 오너 일가의 골육상쟁(骨肉相爭)을 봐야하는 국민의 배신감은 어느 때보다 크고, 이제 혐오를 넘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그들 가족의 재산 싸움에 그동안 롯데를 아끼고 키워온 소비자들과 주주들은 안중에도 없다. 무엇보다 18여만명의 그룹 종업원들이 아무 죄도 없이 이번 사태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벌써 롯데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한 시민단체도 나왔다. 롯데의 비밀스럽고 후진적인 지배구조, 독단적 황제경영의 실태, 일본과 연결된 오너 가족과 기업의 정체성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국민들은 ‘속았다’는 감정을 갖게된 탓이다. 반(反)롯데에 그치지 않고 다른 대기업들까지 매도당하는, 반기업 정서 확산으로 이어질 우려스러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야당은 이를 빌미로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우리 경제의 핵심 위험요인이라며 재벌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롯데 사태가 어떤 형태로 결말지어지든 이제 바닥에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회복할 수 없고, 국민들의 애정과 신뢰를 되찾는 것도 불가능하게 됐다.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기업의 미래는 없다. 재계 5위의 거대 기업인 롯데의 위기임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경제 전체적으로도 불행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롯데 일가의 윤리마저 저버린 집안 싸움으로 더 이상 국민들이 상처받고, 다른 기업들까지 피해를 입을 이유 또한 없다. 갈 길 바쁜 우리 경제가 발목잡혀서는 더욱 안될 일이다. 신격호·동주·동빈 3부자는 국민들의 눈이 조금이라도 두렵다면 이 추악한 싸움을 즉각 그쳐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백배 사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