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개혁 최대 장애물은 ‘공무원’

사설
입력일 2015-08-03 16:16 수정일 2015-08-03 16:22 발행일 2015-08-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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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끊임없이 강조된 국정과제가 규제개혁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는 암덩어리”라며, 이를 단두대(기요틴)에 올려 단번에 없애겠다고 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전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300개 기업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정부 규제개혁 시스템및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 기준으로 보통 이하인 2.92점을 기록했고, 55.3%의 기업이 전반적 규제수준이 ‘높다’라고 응답한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으로 ‘공무원의 규제개혁 의식’이 손꼽혔다는 점이다. 규제개혁의 최대 장애물은 정책 집행 일선에 있는 공무원들로, 정부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이들의 저항에 부딪혀 현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역대 정권 모두가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현장에서 규제를 움켜쥔 공무원들이 걸림돌이었던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규제를 권한으로 삼아 밥그릇을 놓지 않으려는 속성, 기업에 군림할 뿐 소통하지 않는 탁상행정, 핵심 규제는 그대로 둔채 지엽적인 건수 위주로 생색만 내는 보신주의, 여기에 복지부동 등이 규제개혁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이런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규제개혁은 또 소리만 요란하고 먹을 게 없는 헛구호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규제개혁이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절망적 상황의 돌파구임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성장동력 상실 등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제를 걷어내 기업 투자를 진작시키고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 만큼 급한 과제가 없다. 정부는 말로만 규제 혁파를 외칠 게 아니라, 개혁 의지가 공무원 사회 밑바닥과 기업 현장에 속속들이 스며들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