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주인공조차 믿을 수 없다"… '걸 온더 트레인' 압도적인 심리 스릴러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7-31 07:00 수정일 2015-07-31 21:07 발행일 2015-07-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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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걸 온 더 트레인’, (사진제공=북풀리오 출판)

‘걸 온 더 트레인’의 인기는 앞서 출판된 영국과 미국에서 이미 증명됐다.

지난 1월 출간 이후 19주 연속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영국에서도 20주 동안이나 1위였다. 이는 과거 2009년 출간돼 19주 동안 1위를 기록한 댄 브라운의 소설 ‘로스트 심블’을 제친 역대 최장 베스트셀러 기록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500만부 판매고를 기록한 ‘걸 온 더 트레인’은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아침마다 똑같은 통근 기차를 타는 레이첼은 벌써 1년 넘게 기찻길 옆 주택에 사는 한쌍의 남녀를 관찰 중이다. 그녀는 그들에게 ‘제이슨’과 ‘제스’라는 이름까지 붙여준다.

이야기는 스릴러가 늘 그렇듯 통근 열차를 탄 레이첼이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신호 대기에 멈춰 선 기차가 움직이기 직전의 짧은 순간이지만 레이첼의 삶을 바꾸기엔 충분하다. 제이슨이 아닌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제스를 보며 레이첼은 자신이 배신당한 것 같은 실망감을 느낀다. 이후 제스가 사라지고 평범한 일상을 살던 레이첼은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소설의 큰 매력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범인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남편 제이슨, 옆집 사는 톰, 심지어는 사건을 목격한 레이첼마저도 범인으로 추정되는 단서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특히 레이첼은 최고의 화자다.

소설은 가장 먼저 그녀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늘 술에 취해 있는 상태이기에 그녀조차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없다. 알콜 중독으로 단기 기억 상실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설정은 끊임없이 독자들의 의심을 자극한다. 그게 곧 소설의 몰입도를 높이는 독특한 긴장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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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성공으로 폴라 호킨스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앨프레드 히치콕’으로 자리매김했다.

저자는 기자 출신 소설가 폴라 호킨스다. 2년 전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그녀는 자신이 즐겨 읽는 종류의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고 그 결과 첫 데뷔작 ‘걸 온 더 트레인’이 탄생했다.

책의 인기는 그녀에게 ‘새로운 세대를 위한 앨프레드 히치콕’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영화 ‘버티칼 리미티트’, ‘프롬 헬’의 시나리오 작가 테리 헤이스는 관음증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서술하는 ‘걸 온 더 트레인’을 두고 히치콕의 영화 ‘가스등’, ‘이창’ 등이 떠오른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이창’은 다리를 다쳐 꼼짝 못하는 사진작가가 건너편 이웃을 관찰하는 이야기로 ‘걸 온 더 트레인’ 속 설정과 유사하다. 여기에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긴장감과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은 히치콕의 영화처럼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소설의 시작과 동시에 등장하는 ‘기찻길 옆에 버려진 옷가지들’ 같은 장치도 히치콕 영화에 꼭 등장하는 기법을 닮아있다.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지휘 아래 테이트 테일러 감독은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여전사 에밀리 블런트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글이 주는 미묘한 감정이 영상으로 잘 표현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가진 매력이 워낙 뛰어나니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북폴리오 출판. 가격 1만 3800원.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