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 ‘형제의 난’ 국민 시선이 따갑지 않나

사설 기자
입력일 2015-07-29 15:34 수정일 2015-07-29 15:37 발행일 2015-07-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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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에 잠복돼 있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인 고령의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쿠데타’를 일으키자, 신동빈 회장이 즉각 반격에 나서 다시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사실상 강제퇴진 당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것으로 사태가 수습된 게 아니라 ‘형제의 난’은 새롭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복잡한 지배구조, 신 총괄회장과 동주·동빈 형제말고도 다른 남매들의 보유지분 구조가 불씨다. 현재 신동빈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확고하게 이어받아 후계가 완성된 상태라고 보기도 어렵다. 가족들 누가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다시 분쟁이 재발하면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롯데의 형제간 다툼을 보는 국민들의 실망감은 여간 큰 게 아니다.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나 상속 문제를 놓고 오너 가족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식 싸움이 또다시 불거진 데 대한 시선도 싸늘하다. 비난의 목소리가 높고, 기업 이미지 추락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서 창업해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유통·식품·호텔 사업들을 벌이고 있는 재계 순위 5위의 대기업이다.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라는 비판도 있지만,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울 때도 투자를 늘려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롯데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금 경제살리기를 위한 대기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한 롯데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할 책임도 크다. 그런 상황에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간 싸움은 결국 기업 역량을 엉뚱한 곳에 소진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이는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협하고 나라 경제에도 적지 않은 피해로 이어진다. 롯데 오너 일가들은 그 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