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메르스 종식, 반드시 되새겨야할 교훈들

사설
입력일 2015-07-28 16:51 수정일 2015-07-28 16:54 발행일 2015-07-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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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가 어제 “메르스는 안심해도 좋다”며 사실상 메르스 사태의 종식을 선언했다. 집중관리병원 15곳 전부 관리 해제됐고, 23일간 새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격리자가 모두 해제된데 따른 것이다. 지난 5월20일 첫 번째 환자의 확진 판정 이래 70일만이다.

그 두달 남짓한 동안 메르스가 우리 사회에 준 상처는 너무 크고 깊다. 초기 대응만 제대로 했어도 별 충격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감염병 하나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정부와 국민은 우왕좌왕했다. 사회의 치부 또한 낱낱이 표출됐을 뿐 아니라 경제와 민생에 심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남긴 교훈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의 재난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밝혀졌고,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정부의 메르스에 대한 처음 인식부터 잘못됨으로써 초기 대응의 실패로 이어졌다. 감염병 방역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가장 중요한 일선 의료진들간의 정보 공유 채널도, 제대로된 방역 전략도 없었다. 이같은 총체적 부실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로 키운 것이다.

앞으로도 언제든 다른 감염병이 유입돼 비슷한 재난이 되풀이될 수 있다. 이번에 얻은 교훈을 살려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모든 문제와 미비점을 확실히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될 이유다. 우선 보건의료분야와 감염병 방역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가 닥쳤을 때 지휘체계가 명확한 정부의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보건의료 주무부처의 전문성을 키우고, 투명한 정보공개도 선결 과제이다. 이번에 메르스에 대한 수많은 ‘가짜 정보’들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중 하나다. 네티즌들이 ‘메르스 병원 지도’ 등을 컴퓨터와 SNS로 퍼나름으로써 공포와 불신을 극대화시켰다.

메르스가 경제에 회복하기 어려운 충격을 미친 것이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상반기 내수 시장 회복을 주도하던 여행, 레저, 운송, 유통 등의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6월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나 줄어들었다. 메르스 여파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손실 규모만 9조원이 넘는 것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추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메르스가 성장률을 0.1%포인트는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 않아도 3% 성장 달성마저 어려운데 메르스가 우리 경제를 ‘더블딥’(이중침체)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결국 그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우리는 추가경정예산으로 메워야 하게 됐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 정치권은 끊임없이 정쟁만 일삼고, 메르스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작태까지 벌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환자의 다중 집회 참가와 관련한 정보 공유와 대책을 놓고, 정부 지휘관리 체계와 충돌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시민들을 극심한 공포에 몰아넣었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한 돌출행동 아니었냐는 비난이 나온다.

메르스 종식 이후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심기일전해 그동안의 피해를 복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국민들은 하루빨리 일상생활의 정상을 되찾고, 정부는 추경을 포함한 총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대책을 신속히 집행해 경기를 부양하는데 최우선으로 집중해야 한다. 기업들의 역할이 가장 크다. 미진했던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얼어붙은 경제의 불씨를 살려 경기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