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인없는 회사의 ‘부실 백화점’, 대우조선

사설
입력일 2015-07-20 18:14 수정일 2015-07-20 18:15 발행일 2015-07-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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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2조원대의 부실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심각한 파장을 낳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론은 말할 것도 없고, ‘주인없는 회사’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들이 노출돼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1998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2조9000억원이 투입된 기업이다. 현재 산업은행이 31.5%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이고, 2대 주주는 12.15% 지분율의 금융위원회다. 한마디로 정부 소유 기업인데, 이는 주인이 없는 회사라는 얘기와 같다.

제대로 관리가 이뤄질리 없는 기업인 것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은 허술했고 그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경영진의 정치권 줄대기,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낙하산으로 비정상적 인사가 거듭됐다. 노조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개입도 다 아는 얘기다.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비리와 경영 부실의 백화점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것은 필연이다.

이제사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하지만 ‘사후약방문’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번번이 때를 놓쳤다. 지난 2008년에도 한화그룹이 인수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탓 말고도, 당시 경영진과 노조 모두 민영화에 반발했다. 국민주 방식 등을 주장하며 계속 주인없는 회사로 남으려 한것이다.

대우조선의 주인을 찾아 주는 게 시급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막대한 부실과 경영 난맥상으로 기업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진데다 조선 경기 마저 최악이다. 당장에는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부실의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급선무이고, 하루빨리 주인을 찾아주는 일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