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Board] 억지인듯 사회를 꼬집는 '진짜' 코믹 ‘쓰리 썸머 나잇’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5-07-16 07:30 수정일 2015-07-16 09:55 발행일 2015-07-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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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썸머나잇
한국판 ‘행오버’라 불리는 영화 ‘쓰리 썸머 나잇’의 한 장면.(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브릿지경제 이희승 기자=제목 그대로다. 3일간 밤만 되면 사고를 치는 세 남자. 하루는 술로, 하루는 신종 마약(?)으로 나머지 하루는 오해를 풀기 위해 내달린다. 

배경은 한여름의 해운대로 이미 부산은 동명의 영화부터 ‘깡철이’, ‘친구’까지 관객들에게 너무 익숙한 곳이다. 하지만 한국영화계의 코믹원조 김상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특별함을 지닌다. 

억지인 듯 싶다가도 호탕하게 웃게 만드는 특유의 설정은 ‘쓰리 썸머 나잇’의 곳곳에 포진돼있다. 그 안에 엘리트들의 허세와 사회 문제를 살짝 꼬집는 위트도 여전하다.

영화는 정의감 투철한 3명의 고등학생들 사연으로 시작한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여고 앞에서 바바리맨을 잡으려던 명석(김동욱), 달수(임원희), 해구(손호준)는 우연히 탈옥범 기동(윤제문)을 검거하는 데 일조한다. 뭔가 거창한 미래가 펼쳐질 거란 기대감과 달리 세 사람은 각각 만년 고시생과 콜센터 상담원,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돼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들 사이의 공통점은 명석의 잘나가는 여자친구 지영(류현경)에게 시달린다는 점이다. 술김에 해운대로 간 세 사람은 불타는 투지와 달리 다양한 진상짓으로 해운대에 소동을 일으키고 우연히 신종 마약을 팔려던 기동의 거래에 휘말리면서 일이 꼬이게 된다. 지영은 인질이 되고 세 사람은 전날의 기억이 끊긴 채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영화가 가진 산만한 인물 구도와 황당하게 꼬이는 사건들은 ‘쓰리 썸머 나잇’의 단점 같지만 곱씹을 수록 웃음이 난다. 일단 이 영화의 주조연들은 더이상 대체제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캐릭터에 녹아있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싶다가도 이들의 코믹 연기를 보노라면 현실은 잊혀진다. 특히 지루하지 않을 타이밍에 터지는 19금 설정과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욕 퍼레이드는 여름 겨냥 영화답게 시원하다. 

이제 막 30대가 된 남자들의 ‘철없음’이야 말로 ‘쓰리 썸머 나잇’의 주된 웃음코드다. 누구나 한때 잘 나갔던 10대의 영웅담쯤은 있기 마련이다. 서로 욕하고 싸워도 이들은 여전히 친구고, 현실은 여전히 반복되지만 그 안에 파랑새는 있다는 엔딩은 착해서 더 힐링된다. 15일 개봉.청소년 관람불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