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리스 급한 불 껐지만 위기는 계속된다

사설
입력일 2015-07-14 17:00 수정일 2015-07-14 17:00 발행일 2015-07-15 2면
인쇄아이콘

그리스와 유로존 정상들이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하는데 합의함으로써 국제 금융시장을 흔들어온 그리스 사태는 잠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협상안은 유로존이 그리스에 3년간 최대 860억유로(약 108조원)를 지원하는 대신 그리스는 연금과 세제 등 고강도 개혁 조치에 나서기로 한 내용이다. 그리스는 국가부도를 일단 모면했고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라는 파국도 막게 됐다. 국제 금융시장도 환영하는 장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앞으로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그리스는 강력한 개혁안을 곧바로 입법화해야 하지만 그리스 의회와 국민의 반발이 극심해 낙관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구제금융이 투입된다 해도 그리스 경제가 회생해 막대한 부채를 갚고 정상적인 재정구조를 갖춘 나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언제든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그리스의 부채 탕감은 거부했다. 그리스는 이미 2010년과 2012년 두차례에 걸쳐 2300억유로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아직 원금을 한 푼도 갚지 못하고 경제 상황은 계속 악화되어 왔다. 그리스는 관광이 대표 산업일 뿐, 제조업 기반은 취약하기 짝이 없어 주요 공산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작년만 해도 수입액이 수출의 175%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무역적자에 시달린지 오래다. 아무리 구제금융을 쏟아부어도 그리스 경제구조가 본질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결국 앞으로도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그리스 위기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우리 경제에도 지속적인 악재로서 시장불안의 상수(常數)요인이다.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우선 금융시장 안전판을 비롯해 어떤 상황에든 대비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을 완비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