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캉’ 강정호, 보기 좋게 깨버린 편견

브릿지스포츠팀 기자
입력일 2015-07-14 11:30 수정일 2015-07-14 13:02 발행일 1970-01-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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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리츠 내야수 강정호.(AP=연합)

브릿지스포츠팀 = 미국 현지 야구팬들은 강정호(28,피츠버그)에게 킹콩의 킹과 강정호의 강을 붙여 ‘킹캉’이라 부른다.

 
처음 태평양을 건너왔을 때의 기대 반 우려 반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데뷔 시즌 전반기, 강정호가 올린 성적과 팀에서의 현재 비중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KBO리그에서 체감하지 못한 장거리 이동에 따른 체력적인 문제로 기복이 있기도 했지만 강정호는 데뷔해 전반기를 4홈런 타율 0.268(224타수 60안타) 29타점 26득점으로 비교적 만족스럽게 마쳤다.
 
25타석이 모자라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강정호의 시즌 타율은 메이저리그 NL 루키 가운데 10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수비에서는 3루수(45경기)와 유격수(22경기)를 오가며 7개의 실책을 기록, 0.963의 수비 성공률을 기록했다.
 
강한 어깨와 글러브 핸들링, 민첩한 움직임으로 수비 자체는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메이저리그에서 기대를 걸었던 방망이는 데뷔 시즌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타격할 때 왼 다리를 들어 올리는 ‘레그킥’으로 빠른 공 적응에 애를 먹을 것이란 우려가 컸고, 더 많은 투수들의 공을 보며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에서는 마이너리그행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지적에 굴하지 않고 특유의 빠른 스윙을 앞세워 타격에 대한 편견을 하나둘 깨나갔다. 오히려 강정호는 마이너리그행 없이 메이저리거로 살아남아 사실상 피츠버그 주전 내야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12~13일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전에서는 리그 최강 마무리로 꼽히는 로젠탈을 상대로 연이틀 안타를 때리며 팀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팀이자 같은 지구의 1위팀을 상대로 빛나는 활약을 보인 강정호는 ‘가을 야구’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까지 높였다.
 
물론 피츠버그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팀들이 강정호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은 ‘40홈런 유격수’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기 4개의 홈런에 그쳐 그 파워는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나왔던 홈런도 6월 중순에 터진 것으로 강정호는 시즌 두 자릿수 홈런 도달도 쉽지 않아 보인다. 
 
홈런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이 분명하지만 피츠버그는 그 이상을 얻었다. 중심타자로서 찬스에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강정호의 득점권 타율은 3할대, 2사 후에는 3할대 중반까지 치솟는다. 홈런이 부족해도 중심타선에 기용되는 이유 중 하나다. 또 한 베이스를 더 찾아 먹으려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피츠버그에 신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지금까지 유격수와 3루수는 물론 2루수까지 소화하는 등 내야 어느 포지션에 배치해도 제 몫을 다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한껏 뽐내고 있다. 피츠버그에서 강정호에게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다.
 
'백업 내야수' 정도로 예상했던 강정호는 4번 타자 13경기 포함 36경기를 클린업트리오 시즌 초반 기존 유격수 조디 머서가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을 때는 주로 유격수로 나서 제 몫을 해냈고, 머서가 타격감이 올라오자 3루수로 뛰며 공수를 지탱했다.
 
피츠버그 주전 3루수 조시 해리슨이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파열로 수술을 받고 약 2개월여 결장하게 됐지만 클린트 허들 감독 등 팀에 먹구름이 드리우지 않고 있다. 강정호 존재가 큰 몫을 한다.
 
강정호는 올 시즌 연봉은 250만 달러(약 28억 원)다. 하지만 피츠버그 현지에서는 강정호의 몸값을 910만 달러의 가치로 평가하고 있다.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다. 40홈런을 쳤던 강정호가 전반기 4홈런에 그쳤다고 비난하는 이가 없는 이유다.  
브릿지스포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