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엘리엇과의 전쟁 반드시 이겨야

사설
입력일 2015-07-12 17:29 수정일 2015-07-12 17:34 발행일 2015-07-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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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키로 했다. 의결권 지분 11.21%을 보유한 최대 주주로, 합병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이같은 선택은 당연하다. 국제 투기펀드가 한국 기업의 경영권을 흔들어 수익을 챙기고 ‘먹튀’하는 것을 돕는다면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삼성과 엘리엇의 전쟁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우리 기업들에 대한 투기펀드의 약탈을 저지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국민연금이 국내 핵심기업의 경영권과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고, 안정적 수익원으로서 국내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본연의 책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에 따라 삼성은 가장 큰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삼성(13.82%)과 백기사인 KCC(5.96%),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권을 모두 합쳐도 30% 정도다. 삼성은 20-30%의 찬성 지분을 더 끌어와야 하는데, 엘리엇 말고도 외국인 지분이 26%에 달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국내의 기업지배구조원의 반대 권고가 최대 변수다.

그럼에도 삼성은 이제 남은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합병이 무산된다면 그것은 한국 대표기업이 국제 투기펀드에 굴복하는 결과다. 다른 수많은 기업들도 그들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막대한 국부(國富) 유출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삼성은 주주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합병을 성사시키고, 국제 투기꾼의 약탈적 행태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쐐기를 박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