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처음엔 생소한 '장르 영화'… 먹다보면 맛있어"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07-15 07:00 수정일 2016-07-17 11:31 발행일 2015-07-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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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김영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영빈 집행위원장
김영빈 집행위원장 (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브릿지경제 김동민 기자 =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판타스틱’이란 현실이 아닌 ‘비현실’이다. 영화제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즘과 달리 인간의 상상에 주목한다. 

상상은 비현실적인 사랑이 될 수 있고 하늘을 나는 환상이 될 수도 있다. 귀신이나 좀비와 같은 마니아적인 작품도 여기에 속한다. 

영화 제작자가 영상으로 만든 상상력의 실체는 관객에게 평소 느끼지 못한 신선한 즐거움이다.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영화제는 개막작 앙투완 바르두-자퀘트 감독의 ‘문워커스(Moonwalkers)’를 시작으로 장르영화 235편이 관객을 만난다. 

장르 영화란 서부영화, 뮤지컬영화, 액션영화, 스릴러, 에로물, SF, 호러 무비, 로맨틱 코미디 등 분류 가능한 줄거리를 갖춘 작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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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가 16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부천시 일대에서 열린다. (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옛날에는 한식이 전부였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카레, 파스타, 초밥 등 다양한 음식이 있죠. (그들도) 처음에는 맛이 생소해요. 그런데 먹다 보면 익숙해지고 맛있어요. 영화도 비슷해요. 처음에는 강한 개성이 생소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평소 보지 못하는 재미와 감동이 있어요. 생소하다고 안 먹기엔 아주 맛있는 영화들이죠.”

BiFan 김영빈 집행위원장이 말하는 장르영화는 생소하지만 먹다 보면 끊을 수 없는 진미(珍味)다. 최민수 주연의 영화 ‘더 테러리스트(1995)’, ‘나에게 오라(1996)’ 등 여러 작품을 연출한 감독 출신 김 집행위원장이 영화제와 인연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14회 때부터다. 그때부터 3년 임기를 마치고 다시 연임됐다. 오랜 세월 함께 했기에 영화제를 대하는 그의 애착은 남다르다.

“처음에는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우선은 영화제 기간뿐 아니라 1년 내내 운영되는 상시 사업을 많이 기획했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 아카데미를 시작했고 좋은 영화를 정기적으로 만나는 ‘비판 로드쇼’ 행사도 만들었어요. 지금도 시민이 영화제를 더 가깝게 즐길 방법을 늘 고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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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b> '문워커스'&nbsp;

BiFan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얼마 전부터는 지하철 7호선 부천 구간이 개통돼 서울과 경기도 거주민이 방문하기에 편리해졌다. 장점은 때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밤늦은 시간 영화의 여운을 안주 삼아 마시는 술 한잔과 다채로운 야간 행사는 영화제의 또 다른 재미다. 하지만 가볍게 온 사람들은 그 재미를 잊고 쉽게 부천을 빠져나간다. 외부 방문객의 체류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강화된 이유다.

“올해는 개막 첫날 영화인과 부천시민이 함께 밤을 새우는 ‘올 나이트’ 분위기를 한 번 만들어 보려고 해요. 이번을 계기로 영화제 분위기를 한 번 바꿔 보는 게 목적이죠. 그래서 잘 되면 일종의 전환점이 되는 ‘20회’부터 확실하게 발전시켜 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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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영화제는 1박 2일 캠핑을 하며 영화제의 낮과 밤을 즐기는 ‘우중산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영화와 음식과 캠핑을 동시에 즐기는 색다른 기획이다.

서울과 인천 사이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던 부천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BiFan 덕분에 세계적인 도시가 됐다. 그렇지만 김 집행위원장이 돌아본 영화제는 아직 아쉽기만 하다.

“영화제가 ‘부천 사람에게 무엇을 남겼느냐’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영화제 덕분에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시민들 눈에 보이는 결과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죠. 그러려면 부천에서 창작자들이 영화를 만들고 사람들이 그걸 즐길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해요. 부산은 국가 정책으로 하고 전주는 도와 시가 나서서 그 역할을 하고 있죠. 우리도 그런 쪽으로 변화가 있다면 부천시민이 지금보다 더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여성인권영화제’ 등 영화제가 무수히 많이 생겨난 지금 김 집행위원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체성’과 ‘지속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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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 카니발리즘을 촬영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난 세명의 미국인이 잔인한 연쇄살인마의 악령을 깨우게 되는데….

“저희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걸맞게 많은 노력을 해요. 오래 했다고 방심하는 법이 없죠. 국내·외 235편 작품 중 가볍게 고른 작품이 없어요. 개인의 욕심을 위해 숟가락 얹기 식으로 상영하는 작품들은 사람들이 외면해요. 오늘날 열리는 여러 영화제도 이같은 시장 논리를 피해갈 수는 없죠.”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화려하고 풍성하지만 제한적이다. 영화제는 극장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영화를 보는 기회다. 우수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영화들이기에 작품성도 뛰어나다. 김 집행위원장의 말 그대로다. 일단 한 번 먹어보면 그 맛이 기억나 또 찾게 되는 BiFan이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