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리스, 시간 벌었지만 불확실성 더 커진다

사설
입력일 2015-07-08 17:29 수정일 2015-07-08 17:29 발행일 2015-07-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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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인 그리스에 대한 브리지론과 3차 구제금융이 모색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12일 회의를 열고 그리스에 2년간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협상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채권단은 그리스의 유동성 해결을 위한 브리지론 지원 의사도 밝혔다. 다시 구제금융 가능성이 높아졌고, 우려했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리스로서는 시간을 번 셈이다. 하지만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급진적이고 확실한 개혁안이 제시돼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 큰 문제는 3차 구제금융이 이뤄진다 해도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응급 처방일 뿐 사태의 근본 해법일 수 없다는데 있다. 지난 2010년 그리스 위기가 불거진 이후 채권단은 2차례에 걸쳐 300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쏟아 부었지만 상황은 나빠지기만 했다. 그리스 정치·관료 체제의 부패,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과 모럴해저드로 인해 임금과 연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부채와 실업률은 악화됐다. 채권단의 긴축 프로그램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이미 깊게 골병든 그리스를 구제금융으로 잠시 연명시킨다 해도 사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앞으로도 불확실성만 커지고 위기는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 우리 경제에도 상시적으로 충격을 가져올 요인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자본 이동에 따른 변동성이 커지고, 유로존의 경기 후퇴 또한 불가피하다. 당장은 금융시장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 대책을 가동하는게 급선무이고,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