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의 선택, 국익 외면해선 안돼

사설
입력일 2015-07-07 17:16 수정일 2015-07-07 17:19 발행일 2015-07-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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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어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제기한 법적 다툼에서 삼성측이 모두 이긴 것이다. 법원은 지난 1일 삼성물산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회사간 합병은 법령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고 있고, 경영상 합병 추진의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자사주 처분과 관련해서는 “처분 방식에 대한 명문적 제한 규정이 없고, 매각이 불공정하거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연한 판결이다. 자사주는 회사자산으로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다. 우리 법 규정은 자사주 처분을 위한 이사회 결정만 적법하다면 별다른 제약이 없다. 엘리엇은 주주평등주의에 위배된다며 불법을 주장했지만,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책임진 대주주와 단기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소액주주의 권리가 같을 수 없다는 점에서 허구적 논리일 뿐이다.

이제 삼성은 합병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KCC 지분 5.76%를 확실한 우군(友軍)으로 확보했다. 그럼에도 낙관할 수 없게 하는 큰 장애물들이 버티고 있다. 우선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가 이번 합병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대목이다. 두 회사의 주식과 자산가치 산정에 근본적 오류가 있고 논리적으로도 모순된 주장이지만, 외국인 주주들은 그 입장을 따를 가능성이 높은게 사실이다. 현재 삼성물산 외국인 지분율은 엘리엇을 포함해 33.6% 정도로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다.

더 중대한 변수는 삼성물산 단일 최대주주로 의결권 지분 10.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다. 국민연금이 합병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캐스팅 보트를 쥔 상황이다. 만에 하나 국민연금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되면, 이는 삼성의 경영이 흔들리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대표기업, 한국 경제가 국제 투기자본의 공격에 굴복하는 결과이다. 정말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사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선택이 반드시 나라 경제의 앞날을 생각한 국익(國益)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