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헤르메스, 거듭된 ‘먹튀’ 두고만 볼건가

사설
입력일 2015-07-06 16:10 수정일 2015-07-06 17:48 발행일 2015-07-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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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공격에 이어, 이번엔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를 보유중이라고 공시했다. 투자 수익이 목적이라고 한다.

헤르메스는 이미 삼성과 악연(惡緣)이 있다. 지난 2004년 삼성물산 지분 5%를 확보하고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함께 적대적 인수·합병(M&A)까지 거론했다. 그렇게 주가를 띄운 뒤 3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겨 지체없이 떠났다.

이번 헤르메스는 지배구조 헛점을 노려 경영권을 직접 공격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헤지펀드의 본질인 ‘먹튀’ 속성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헤르메스는 또 어떤 요구든 내세워 경영권을 흔들고 시세 차익만 올리는데 골몰할 게 틀림없다.

엘리엇과 헤르메스, 또 예전의 소버린, 칼아이칸 등 헤지펀드의 공격은 계속되는데 우리 기업이 속수무책인 상황인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많은 선진국들이 자국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우리만 모든 빗장을 열어 놓은채 경영권을 방어할 장치라고는 없다. 앞으로도 줄곧 우리 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려야 하는 처지다.

마침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자동차, 반도체, 전자 등 국내 핵심 기업 경영권을 외국인들의 적대적 M&A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한 것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차등의결권 등 보다 확실한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하는 입법도 빨리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한국 기업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