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 욕하려면 보고 얘기해!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5-07-01 13:23 수정일 2015-07-01 13:44 발행일 2015-07-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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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개봉 하루 앞두고 예매율이 50%에 육박한 ‘터미네이터:제니시스’ 포스터.(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브릿지경제 이희승 기자 = 현재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치는 수치로 증명된다.

개봉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10시 기준 예매율 46.4%를 찍었다. 영화의 아이콘과 같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사라 코너의 젊은 시절로 나오는 에밀리아 클라크가 1일 한국을 찾는다. 개봉 첫 주 1위는 물론 관객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언론시사회 전 영화에 대한 소문은 좋지 않았다. ‘예고편 이상의 재미는 없다’, ‘이병헌의 출연 분량은 7분 정도다’, ‘지루하고 원작의 이름값에 기댔다’ 등 온갖 카더라 통신이 난무했다.

어떤 영화든지 극과 극의 평가는 존재하는 법이다. 일단 볼거리는 화려하다. 인류에 패한 스카이넷이 숙적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만든 침투형 터미네이터(T-800)와 이병헌이 연기한 동양인 T-1000 그리고 최첨단 로봇인 T-3000을 현재로 보내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배우들이 각자의 임무를 가지고 1984년과 1997년, 2017년에 이어 2029년으로 건너뛰는 시간여행을 따라가노라면 딴 생각을 할 틈은 사라진다.

액션이 난무하는 추격전이 뻔 한 듯 싶다가도 “I’ll be back .”(다시 돌아돌께), “Come with me if you want to live”(살고 싶으면 따라와요)가 나오는 순간에는 반가움까지 더해져 재미는 다양해진다.

흡사 추억과 세월이 쌓인 제과점에서 여전히 파는 단골 메뉴를 발견한 듯한 기쁨이다. 굳이 핵전쟁이 창궐하고 정신 병원에서 턱걸이로 키운 등근육을 선보이는 린다 해밀턴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제니시스’를 볼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인류의 멸망은 이미 지겹게 반복됐고 인간과 로봇의 싸움은 ‘트랜스포머’로 인해 너무 세련돼졌다. 하지만 투박하고 거칠어도 ‘제니시스’에 집중하는 순간은 ‘뻔해도 시선을 뗄 수 없는 무언가’가 뇌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 스토리 나열은 무의미하다. 볼지 말지의 선택에 기로에 섰다면 가차 없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적어도 시리즈를 욕되게 했던 4편 보다는 차진 대사와 빠른 편집으로 2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단지 불만은 왜 2편의 에드워드 펄롱을 능가하는 존 코너가 안 나오는지다. 하지만 남성 관객들은 인기 미드 ‘왕좌의 게임’의 에밀리아 클라크를 큰 스크린으로 본 다는 것만으로도 티켓값이 안 아까울 작품이다. 2일 개봉.15세 관람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