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경도 경제활성화도 靑이 망치고 있다

사설
입력일 2015-06-29 17:03 수정일 2015-06-29 17:20 발행일 2015-06-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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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정국의 급냉으로 국회가 올스톱되면서 가장 다급한 경기부양 추가경정예산 편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또 길을 잃고 표류하는 양상이다. 국회를 마비시키기로 작정한 야당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국정을 주도해야할 청와대와 여당이 벌이는 집권세력 내분이 더 큰 문제다.

경기 추락에 더해진 메르스 충격, 그리스 디폴트 등 중첩된 악재로 우리 경제와 민생은 갈수록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이 판국에 여당 원내대표 한 사람 끌어내리는게 어떤 민생 과제보다 중요한 일인지, 청와대의 상황 인식부터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 모든 경제 현안까지 유승민 파동에 휩쓸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했던 경제활성화법도 오히려 그 청와대가 묻어버린 형국이다.

유 원내대표의 퇴진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다른 원내지도부도 동반 사퇴한다면 정부가 당·정협의를 진행할 상대가 없다. 당연히 추경 일정은 늦춰질 수 밖에 없다. 새 지도부를 뽑는 데 최소 2주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7월에 추경안을 제출하지 못할 수 있다.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간다 해도 국회 심의는 더 첩첩산중이다. 지금 야당의 청와대에 대한 반발 강도는 어느 때보다 크다. 정부가 목표하는 7월말 추경안 국회 통과도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

추경이 경기부양 효과를 내려면 적기(適期)·적소(適所)에 집행돼야 한다. 타이밍을 못맞추면 돈은 돈대로 쓰고 기대한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재정의 빚만 늘릴 뿐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이 국민의 몫이다. 추경을 편성해도 집행까지는 최소 2-3개월이 소요된다. 경제가 더 심하게 멍들기 전에 추경안이 국회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 기대 조차 어렵게 만든다.

이번 추경은 경제 회생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크다.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처리도 한시가 급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자꾸 때를 놓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국회가 국민들을 더 깊은 절망 속에 몰아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