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헌적 국회선진화법부터 폐지돼야

사설
입력일 2015-06-28 16:53 수정일 2015-06-28 17:19 발행일 2015-06-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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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청와대와 여당이 파열음을 내고 있는 상황은 정말 답답하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는 추락하고 메르스까지 덮쳐 민생은 파탄 지경인데,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불신임하고 정국과 국회가 마비된 사태에 대한 국민의 절망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일이 벌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에서 여당이 야당의 국회법 개정 요구를 받아들인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야합(野合)’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이처럼 아무 관계도 없는 법안을 여·야가 서로 맞바꿔야 그나마 국회가 돌아가는 ‘국회선진화법’이 가장 큰 문제다. 이 법이 존속하는 한 정치적 야합은 다반사일 수 밖에 없다.

이 법은 여·야간 쟁점 법안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게 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과 전시·사변 등으로 제한했다. 날치기를 방지한다는 취지이지만, 헌법의 대의민주주의 원칙인 다수결을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결국 그 선의는 사라지고 악용(惡用)만 남아, 여·야 합의 없이는 어떤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게 됐다. 사사건건 주요 법안 처리의 제동을 걸거나, 처리 조건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끼워파는 야당의 횡포는 정당화됐고, 과반 의석의 여당은 야당 결재를 받아야 하는 무기력한 처지로 전락했다.

국회선진화법이 오히려 불임 국회로 만드는 ‘국회마비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나 자본시장법 등 청와대·정부가 그렇게 강조해온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3년 동안이나 야당에 발목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번 사태도 그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을 벗어난, 위헌적인 국회선진화법은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