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부권 정국 파행, 또 民生은 실종

사설
입력일 2015-06-25 16:22 수정일 2015-06-25 16:28 발행일 2015-06-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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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은 즉각 국회의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행정 입법에 대한 국회의 시정요구권에 대해 위헌성이 크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행정업무 마비는 국가 위기를 자초하므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의 위헌성 여부는 따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구하기 전에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거부권 행사 후폭풍으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당·청 갈등과 여·야의 무한 정쟁(政爭), 국회 파행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 메르스로 인해 경기가 심각하게 충격받고 있는데다 가뭄 피해까지 겹쳐 민심은 흉흉하다. 온 국민이 힘들어하는 상황에 청와대와 국회, 여·야간 충돌로 민생(民生)은 또 실종될 위기다. 야당은 당초 메르스 관련법까지 보이콧했다가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겨우 이 법안만 처리키로 했다.

민생은 파탄나고 있는데 그동안 국회는 정략에 파묻혀 화급한 경제 현안들을 외면으로 일관해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자본시장법, 관광진흥법 등 가라앉는 우리 경제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 법안들이 국회에 발목잡혀 3년째 허송세월이다. 정부가 어제 내놓은 15조원 이상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안도 국회가 적극 협조하지 않으며 또 실기(失機)할 수 밖에 없다.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再議)는 그것대로 법 절차에 따르면 된다. 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다른 어떤 정치 현안에 앞서 민생부터 챙기는 일이다. 국회는 더 이상 국민들을 고통으로 내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