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유명 작가부터 TV드라마까지… 꼬리에 꼬리 무는 문화계 표절 의혹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5-06-26 07:00 수정일 2015-06-26 07:00 발행일 2015-06-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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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허미선 기자 =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엄마를 부탁해’의 신경숙 작가가 물꼬를 튼 표절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문화계 전반으로 들풀처럼 번지고 있다. 

1996년 단편소설 ‘전설’이 일본의 미시마 유키오의 1983년작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16일 출판사 창비를 통해 “대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했던 신경숙 작가는 23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표절문제를 지적하는 게 맞다”며 “‘우국’을 읽은 기억은 없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애매하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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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신 작가가 애매하게나마 표절을 인정하고부터 문단에서도 기다렸다는 듯 ‘명백한 표절’이라는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신 작가를 검찰에 고발했고 23일 한국작가회의-문화연대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신 작가의 표절에 대한 맹렬한 비난이 이어지는가 하면 일본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서도 잇따라 이 문제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신경숙 작가 표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22일 첫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도 표절의혹에 휩싸였다. 23일 시청자 게시판에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 CJ E&M을 비롯한 타 방송사 공모전에 제출한 자신의 작품과 ‘너를 기억해’가 비슷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2014년 3월 10일과 8월 21일 저작권 등록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작진은 “2013년 말부터 노상훈 감독과 권기영 작가 두분이서 기획부터 함께 참여해서 시놉시스와 대본 작업을 했던 작품”이라며 “작업하면서 남긴 작성파일들과 작가와 감독이 나눈 이메일들이 정다희님이 작품을 CJ E&M 공모전에 제출하신 날짜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음을 확인했다”고 공식해명했다.

 증거 제시 없이 말로만 한 해명에 ‘너를 기억해’ 표절시비는 여전히 현재진행 형이다.

공연가도 ‘표절’ 문제를 피해가지 못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SABITA Since 1995’(이하 사비타)는 저작권 문제로 6차례에 걸쳐 법정소송을 진행했고 라이선스 뮤지컬 ‘캣츠’의 제작사 설앤컴퍼니가 2010년 ‘어린이 캣츠’에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제호사용금지) 소송은 올 2월에야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여기저기서 표절의혹이 불거지자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22일 ‘냉장고를 부탁해’에 방송된 ‘오시지’(오징어 소시지)가 한 유명 블로거의 레시피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오시지는 ‘꽁치 샌드위치’와 제작진의 지나친 감싸기에 미움을 산 맹기용 셰프의 요리였다. 

하지만 이 표절의혹은 해당 블로거가 “레시피가 엄연히 다르다”며 “제가 이번 일을 선동한 것 마냥 자극적인 기사들이 올라오면서 많이 속상합니다”라는 글을 남기면서 연이은 표절시비와 미운 털이 박힌 셰프에 심기가 상한 시청자들의 과민반응으로 일단락됐다.

“명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불과 22일까지만 해도 문단이나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신경숙 작가의 표절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이같은 반응이 돌아왔다. 업계의 스타 만들기, 시장 확산과 관심 집중을 위해 ‘관례’라는 이름으로 눈감는 순간부터 ‘표절’은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 된다. 

‘사비타’의 제작사 초이스엔터테인먼트의 최귀섭 대표는 “지금까지처럼 관례와 상도덕으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저작권법 연구가 범국가적으로 이루어져 제대로 된 틀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