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스펙보다 현장경험"… 실력위주 '열린채용' 늘리는 기업들

김정아 기자
입력일 2015-06-24 07:00 수정일 2015-06-24 09:26 발행일 2015-06-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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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김정아 기자 = 최근 채용시장에서 직무와 상관없는 높은 학력과 어학성적 등은 별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공기업은 물론 사기업들도 기존의 토익, 해외연수 등 이른바 9대 스펙 대신 직무에 필요한 역량 평가로 채용이 이뤄지는 곳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소통이 특히 중요한 유통기업들은 이력서에 기재된 스펙보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력에 따라 알바도 임원이 될 수 있는 열린 채용과 승진 체계를 갖춘 유통기업들을 알아봤다. 

ABC마트_매장근무
ABC마트에서 매장 직원이 고객에게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ABC마트)

ABC마트는 학벌·성별·나이와 관계없이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는 ‘노스펙’ 고용원칙을 적용중이다. 전 직원 중 초대졸 이하 학력을 가진 직원이 90%에 달할 정도다.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를 제외하곤 ‘매장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영업현장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 때문이다. 

이는 창업주인 강정호 회장의 경영철학과 궤를 함께한다. 강 회장은 평소 “전략을 짜는 머리 역할을 하는 직원은 몇 명만 있어도 된다”며 “정작 중요한 건 실행하는 조직”이라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BC마트에 입사하면 무조건 매장근무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장관리, 고객소통 등을 통해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이런 원칙은 매장의 판매사원, 점장, 심지어 본사 임직원에게 적용된다.

특히 대표이사를 비롯한 본사 직원은 매주 일요일 현장근무에 투입된다. 공휴일도 예외는 없다.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은 해당 매장의 점장 또는 매니저를 팀장으로 삼고, 그 지시를 따르며 영업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관리, 고객과의 소통 등 현장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회사경영과 마케팅 등 통합된 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통찰력도 갖게 된다.

다양한 현장의 경험을 통해 각자의 업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ABC마트가 그 무엇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까닭이다. 

이 결과는 현장 직원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 매장의 말단에 있는 영업직 직원도 마음만 먹으면 리더가 될 수 있어서다. 누구든 능력만 발휘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조직문화는 ABC마트의 자산이다. 

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를 수 있는 열린 채용 시스템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실제 맥도날드 미국 본사 매니저급의 70% 이상이 크루(매장 직원) 출신이며, 역대 글로벌 최고경영자 6명 중 3명도 크루 출신으로 유명하다.

‘크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새내기 매장 직원들은 밝은 미소와 친절로 고객을 대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레스토랑 매니저가 되기까지 매장 운영 방식, 서비스 정신, 그리고 장비 관리 기술은 물론, 리더십, 경영 기획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된다. 

근무 경력이 쌓이면 크루 트레이너(크루를 교육하는 코치), 스윙 매니저(크루 관리)로 진급할 수 있다. 그리고 이후 진급하게 되는 단계부터는 정규직원으로 인정된다.

실력과 열정이 있다면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정규직인 세컨드 매니저, 퍼스트 매니저(부점장), 레스토랑 매니저(RM·점장)로 승진할 수 있는 것. 이후에는 OC(Operations Consultant·여러 개 매장을 관리하는 직원), OM(Operations Manager·지역담당), DO(Director of Operations·영업팀 이사) 등의 자리까지도 오를 수 있다.

CJ는 ‘뉴파트타임 잡’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 능력 있는 ‘알바생’들에게 정규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CJ푸드빌·CJ올리브영·CJ CGV 등 3개 계열사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는 일정 기간 근무 후 정규직 점장이 될 수 있는 채용 트랙이다.

각 지점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입사한 후 3개월이 지나면, 점장의 주관 하에 행동평가와 면접을 거쳐 전문 인턴으로 승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후 3개월간 전문 인턴 기간을 거친 뒤 같은 방식의 평가를 통과하면 정규직 점장으로 승격할 수 있다. 3~6년 후에는 경우에 따라 본사 이동도 가능하다.

하지만 근무 기간만 채운다고 해서 모두에게 정규직 채용의 혜택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동료들과의 협업,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정해진 기준을 토대로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노력과 실력이 검증이 되어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유통 대기업들도 점차 직무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 위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려는 추세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롯데시네마, 롯데자이언츠 등 일부 계열사에 한해 ‘스펙초월 창의인재 특별채용‘을 시작했다. 그룹은 이를 확대해 ’스펙태클 오디션‘으로 명칭을 바꾸고 올해 상반기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하이마트, 롯데리아 등 14개 계열사에서 공채·인턴 포함 총 100여명을 열린 채용으로 선발한다.

이랜드그룹의 패션 부문 계열사 이랜드월드는 이번 상반기 공채에서 처음으로 학력·영어 등 스펙을 초월해 패션에 대한 열정·감각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는 패션피플 전형을 도입했다.

패션피플 전형을 통해 선발된 지원자는 CMO(최고마케팅책임자) 직속으로 온라인마케팅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김정아 기자 jakim12@viva100.com